결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인 '황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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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9일 타계한 고 황대현(68) 대구 달서구청장의 영결식(사진)이 13일 달서구청에서 달서구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강병규.김범일 대구시 행정.정무 부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주민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곽대훈 달서구청장 권한대행은 영결사에서 "달서구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다시 뵐 수 없다니…"라며 애통해 했다.

황 구청장은 지방자치 발전과 복지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 영천 출신인 그는 1961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대구시 지역경제국장.동구청장.북구청장.달서구청장을 지냈다. 95년 민선 초대 달서구청장이 된 이후 세 차례 구청장을 맡으면서 달서구청장으로만 12년간 재임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재임 중 지방자치와 복지행정의 정착을 위해 힘을 쏟았다. 96년에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발기총회를 준비하고 대회장을 맡아 이 단체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평소 "단체장에게 권한을 주고 잘못하면 책임을 물으라"고 주장해 왔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쥐고 있는 한 지방자치는 꽃 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지방분권의 전도사'란 별명도 얻었다. 그는 복지분야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대구에서 처음으로 저소득층을 위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체제를 구축했다. 사회복지 담당부서와 보건소 직원이 저소득층의 가정을 찾아 가족처럼 돌봐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일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도 남달랐다. 한번 결정한 정책은 끝까지 밀어붙여 '황고집'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생각이 다른 직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합리적인 면도 있었다.

황 구청장은 지난 4월 대장암 수술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일일이 업무를 챙겼다. 투병 사실도 측근 몇 사람 이외에는 알리지 않았다.

대구시의 유한국(51) 교통국장은 "황 구청장은 한평생 일에만 매달린 분"이라며 "쉬면서 인생을 정리할 틈도 없이 떠나버려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황 구청장은 이날 자신이 다니던 남산교회의 고령묘원에 안장됐다. 정부는 고인에게 홍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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