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작성한 지적도 90여년 만에 새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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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작성돼 90여 년 동안 사용해온 지적도(地籍圖)가 새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현재의 지적도는 토지의 경계와 면적 등이 명확하지 않아 땅 관련 재산 분쟁이나 집단 민원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대한지적공사는 "14일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연 뒤 이를 토대로 행정자치부에 지적 재조사를 위한 특별법안 발의를 건의키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지적공사에 따르면 현 지적도는 일제 강점기의 토지.임야 조사사업 때(1910~24년) 제작된 것으로 실제 지형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제는 당시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의 수도 도쿄를 '원점(토지 측량의 기준점)'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토지를 측량하는 바람에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측량의 기준이 되는 원점과 축척 등이 통일돼 있지 않아 개별 지적도별로 오차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현재 지적도상 오류로 인해 개발이 묶인 '지적불부합지'는 전국적으로 5억4500여만 평(전국 면적 대비 1.8%)에 달한다. 도시 중심지의 경우는 1억7000여만 평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해당한다.

지적불부합지는 통상 약 6만 평의 땅을 대상으로 한 개별 지적도에 10필지 이상이 지적도와 실제 지형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 지역으로, 구청이나 군청이 '등록사항 정정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건물을 새로 짓거나 개.증축하는 것이 금지된다.

지적도 오류로 인한 민원은 연간 200여만 건에 이르고, 토지 분쟁은 해마다 9만여 건의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적공사는 올 3월 지적재조사팀을 구성, 기존의 평면적 지적도와 달리 소유권.용도 등 상세 정보와 사진을 담은 3차원 지적도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기준 원점을 한반도 내 특정 지역으로 정하고, 인공위성을 통해 정확한 측량을 얻음으로써 경계.면적 분쟁의 소지를 없앤다는 것이다. 지적공사에 따르면 새 기준 원점으로는 상징성을 고려해 한반도의 중심인 강원도 양구군이나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사 지적재조사팀의 조병현 팀장은 "현재 일산.김포 등지에서 인공위성 사진과 정밀 측량 등을 통해 시범적으로 새 지적도를 만들고 있다"며 "새 지적도 작성에 따른 기술적.법률적.경제적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95년과 2000년 지적재조사 사업 계획을 세웠으나 수조원대의 예산 문제에 부닥쳐 보류한 적이 있다"며 "국회 정책토론회 등을 참고해 법안 발의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적도는=건축물을 짓거나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인접 토지와의 경계나 해당 토지의 형태.면적 등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토지의 소재 ▶지번 ▶지목 ▶경계 ▶경계점 간 거리 등이 담겨 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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