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골목길·보행로까지 점령 … 서울 도심, 불법 발레파킹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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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옆 인도에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백화점 주차 요원들이 불법으로 발레 주차 차량을 인도에 세워둔 것이다. [강기헌 기자]

지난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정문 앞 등 주변 인도에 차량 4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백화점 직원들이 주차한 발레 주차 차량들이었다. 갑자기 쏟아진 눈발에 인도를 걷던 시민들은 차량을 피해 걸어다녀야 했다. 주변 차도에선 인도를 넘나드는 차량과 다른 차들이 엉키면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 소형차 운전자가 인도에 진입해 주차를 하자 백화점 직원 한 명이 달려와 “이곳에 주차를 하면 안된다”며 쫓아냈다. 발레 서비스를 이용한 차량만 인도에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날 만난 백화점 관계자는 “불법이란 사실은 알고 있다. 주차장에 자리가 나면 (인도에 주차된) 차량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자치구청이 인도 주차 등 최근 빈발하는 불법 발레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도·이면도로 불법 발레 주차로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이에 따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불법 발레 주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일이다. 2~3년 전부터 압구정동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 주차 시설이 부족한 맛집 골목에 발레 주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별도로 확보한 주차장 없이 발레 주차 영업을 하다 보니 근처 인도나 이면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음식점 주인들은 손님 확보에 급급해 불법 주차 문제를 외면하기 일쑤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 일대에서만 300여 곳의 음식점과 카페가 발레 주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음식점이 발레 주차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음식점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발레 비(2000~5000원)를 업체가 챙겨가는 방식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주차장을 따로 마련하지 못한 음식점들이 발레 업체와 암암리에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발레 업체는 등록을 따로 하지 않아도 돼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강남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불법 발레 주차는 강북으로 확산되고 있다. 종로구 삼청동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공영주차장을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으로 속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삼청동 공영주차장을 찾은 윤재민(28)씨는 “이곳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다. 주차하면 안된다”는 말에 차를 돌렸다. 그는 “일부 발레 업체들이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라고 속인다고 근처 식당 주인이 얘기 해줬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과 합동으로 단속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민원이 몰리는 강남구청은 올해 초 변호사 자문을 거쳐 발레 주차 업체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발레 업체에서 과태료를 대신 내주면 그만”이라며 “관련법을 검토했지만 불법 행위를 일삼은 발레파킹 업체를 단속할 수 있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기헌·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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