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하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인권 일등국임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나라의 '인권 시계'도 앞으로만 가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9일 "미국 정부는 시민권자라도 기소 절차 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급법원에서 잇따라 승소했던 호세 파디야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테러를 기도하려 했다는 혐의로 2002년 5월 체포됐다. 그 뒤 3년이 넘도록 재판 한 번 못 받고 해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파디야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국 시민인 자신을 '적군(enemy combatant)'으로 간주해 정당한 사법절차를 무시하고 군 교도소에 가두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었다. 이 소송에서 항소법원은 테러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 인정된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사회의 '보수화 허리케인'이 사법부도 강타한 것일까.
워싱턴=강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