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종합병원 부원장 된 순수 국내파 간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간호사 출신 여성이 종합병원의 부원장 자리에 올랐다. 최근 연세의료원 부원장에 취임한 이상미(54.여)씨가 주인공이다. 순수 국내파 간호사 출신으로는 이 부원장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간호사 생활을 했던 김현옥(60.여)씨가 2년 동안 같은 병원 부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씨는 1974년 2월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무료 진료병동, 일반 수술실 등을 거친 뒤 이씨가 자리 잡은 곳은 심장수술실. 한 번 수술을 시작하면 15~20시간씩 이어지는 어려움 때문에 여느 간호사들이 1~2년 간 머무는 그 곳에서 이씨는 8년이나 근무했다. 고된 업무로 여러 차례 유산의 아픔도 겪었던 그가 심장수술실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심장병을 앓던 이들이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걸어서 병원을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81년부터는 서울 구로구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 부설 오류동 보건소에서 일했다. 당시 결핵환자가 많았던 그곳에서 부소장으로 근무하며 먹을 것을 싸들고 환자 집을 찾아다니며 가정 간호를 했다. 인천 세브란스병원의 간호부장을 거쳐 93년 친정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돌아왔다.

이 부원장은 간호학을 '섬김의 본질이 드러나는 현장 학문'이라고 했다. 그는 "24시간 환자와 호흡하는 게 간호사 업무인 만큼 환자를 단순히 돌보는 차원을 넘어 섬길 줄 아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간호사의 전문성 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대학은 현장에서 원하는 '맞춤 학생'을 배출해야 한다"면서 "이론과 실무능력을 두루 갖춘 간호사를 양성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