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음성 건강학」|목소리 탁해지면 건강에 적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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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름답고 건강한 목소리를 갖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의 소망일 것이다. 그것은 목소리가 곧 인생을 더욱 폭 넓게, 그리고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말로는 최근 대기의 오염이 심해져 호흡기 질환이 많아지면서 고운 음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위한 음성백과를 음성학전문가인 문영일박사(이화대의대 이비인후과장)와 김광문박사(연세대의대 이비인후과조교수)의 설명으로 꾸며본다.
우선 목소리는 어떻게 내는가. 여기에는 호흡기관 발성기관 공명기관(인두·구강·비강 등의 공간부)·청각기관 등의 여러기관이 총동원된다. 그 중에서도 후두안에 있는 성대가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중심이다. 호기의 압력이 성대를 울림으로써 소리가 만들어진다.
성대는 두 줄의 굵은 국수가락같은 것으로 흰색으로 보인다.
이것은 근육덩어리로서 근육이 여러형태로 움직이는데 따라 소리의 모양도 달라지는 것이다.
성대는 6세쯤이면 10mm정도, 성인남자는 13∼24mm, 여자는 l2∼16mm정도가 된다.
사춘기가 되면 성대의 길이·폭·두께가 급격히 커져 목소리의 윤기가 없어지고 성역이 좁아지며 쉰 소리가 나거나 소리가 끊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11∼15세 전후에 경험하는 변성기인 것이다.
그러면 음성장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음성의 피로가 회복되지 않은 채 시일이 경과하면 음성장애로 이행한다. 장애는 목쉰 소리가 대부분이나 무발성, 또는 경련성 발성장애를 호소하게 된다.
대표적인 질환이 급성후두염. 응원이나 울음 등 과도하게 목소리를 사용하거나 감기 등의 질환에 동반되어 오는 경우가 많은데 목소리가 쥐거나 굵어지고 잡음성분이 섞이기도 한다. 이 경우는 열만 오르지 않는다면 대개 3∼4일간 안정을 취하면 치유된다.
성대폴립도 상당수 되는데 한쪽, 또는 양쪽 성대에 생긴 작은 종양으로 목소리의 남용이 주요 원인이 된다.
성대결절(일명 가수결절)은 성대에 좁쌀같은 혹이 생기는 것으로 고음이 나지 않고 노래를 할 때 잡음이 섞이든지 고음을 내면 요들처럼 소리가 뒤집히는 수도 있다.
후두암도 중요한 음성장애질환의 하나. 「엔리코·카루소」(이탈리아 테너가수)나「냇· 킹·콜」(미국팝송가수)을 죽게 한 암이다.
김박사는 50대이후 특별한 이유없이 2주이상 목이 계속 쉴 경우 이 후두암을 가장 먼저 의심해야한다고 말한다. 초기에 치료하면 근치가 되지만 오래되면 영원히 목소리를 잃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유두종·육아종으로 인한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질환은 목소리를 많이 내는 가수나 교사(특히 체육교사)·성우·아나운서·종교인·교환원 등이 특히 유의해야 한다.
음성장애는 질환과 정도에 따라 약물요법 수술요법, 또는 음성치료를 받게 되는데, 수술의 경우 최근에 도입된 레이저광선수술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목소리의 이상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공기역학검사(최장 발성시간·공기호기율·발성률 등), 스트로브스코피, 사운드 스펙트로그라프 등의 기기가 이용되는데 연세대음성언어검사실(실장 김기현)의 경우 최근 1년반 사이에 5백17명이 검사, 1백30명이 후두미세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사람 중 폴립이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두종 20명, 성대결절 16명, 초기후두암 10명, 육아종 8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박사는 최근 들어 목소리를 성형해달라고 찾아오는 중년여성들이 부쩍 늘고 있지만 연령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음성은 질환이 아니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며, 특별한 질환이 있는 경우만 수술 등에 응해준다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위해서는 성대에 자극을 주는 제요인에 유의해야한다고 문·김 두 박사는 강조한다. 즉 ▲지나친 흡연과 음주 ▲혼탁한 공기나 소음환경에서의 대화 ▲무리한 기침이나 습관적인 헛기침 ▲힘을 주어 배변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나르는 일 ▲목과 후두의 염증에 유의하라는 등이다.
그리고 유의해야할 나쁜 발성법 10가지를 이렇게 든다.
①큰소리로 말하거나 고함을 지른다. ②힘을 주어 말한다. ③운동을 하면서 소리지른다. ④흥분하여 소리친다. ⑥빨리 말한다. ⑥시끄러운 곳에서 크게 말한다. ⑦피로한 상태에서 많이 얘기한다. ⑧극단으로 높은 소리나 낮은 소리로 말한다. ⑨감기나 후두염에 걸렸을 때 말을 많이 한다. ⑩이상한 목소리를 흉내낸다.
아뭏든 고운 음성을 위해서는 목을 혹사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추울 때는 급히 소리를 내든가 장시간 얘기하면 더 쉽게 목이 아프게 되므로 목소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경우에는 목도리 등으로 목을 보온해 줘야 한다는 것이 문박사의 충고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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