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주말을] 무엇이 먹는 즐거움만 하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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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식탁 위의 쾌락
하이드룬 메르클레 지음, 신혜원 옮김, 열대림, 380쪽, 1만8000원

식사는 감각을 위한 축제, 유리잔이나 식기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식탁의 음악, 맛좋은 냄새 속에 사람들은 아름다움과 맛의 감각적인 향연을 즐긴다.

독일인인 지은이는 인간에게 이러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음식과 식탁의 문화에 대해 미학을 씨줄로, 역사를 날줄로 삼아 지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는 서양 미학에서 음식 문화의 핵인 후각.미각.촉각 등 세 가지 육체적인 감각을 지적인 감각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해왔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먹는 것과 관련한 이런 감각은 다른 것보다 훨씬 격정적이며, 음식과 식탁에서의 경험은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고, 우리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경건한 식탁문화를 보여준 고대 그리스, 퇴폐적인 로마, 수수께끼의 중세, 고급 식탁문화가 등장한 르네상스 시기를 지나 19세기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향유해온 맛의 향연을 미학적으로 음미한다. 음식 문화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펼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미학과 철학적인 논쟁으로 연결한 것이 이 책의 주안점이다. 풍부한 문헌과 그림 인용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라벤스부르크 대학에서 호텔경영과 요리를 공부한 뒤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교육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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