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 좋아한다…5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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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TV방송들은 가끔 큰 뉴스거리가 일어나면 시청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즉석에서 방송한다. 지난번「나까소네」(중근강홍)씨가 수상으로 선출되던 날에도 시청자들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선호도와 선거결과가 일치,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고있다.
시청자들이 전화로 자기의 뜻을 밝히면 바로 TV화면에 의견들이 집계 돼 방송된다. 「다나까」(전중각영) 전 일본수상에게 징역5년이 구형되던 날 밤에도 동경의 한TV방송은 시청자들을 상대로 「다나까」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면서 『 「다나까」지옥행』을 외치며 야간 데모를 벌인 야당의 움직임도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끼어 넣어 방송했다.
『 「다나까」씨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는 방송국의 질문에 1천6백22명의 시청자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왔는데 결과는 59·2%가 『좋아한다』는 대답. 『 「다나까」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 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45%가「적당하다」, 43%가 「가볍다」, 12%는 「무겁다」 는 응답을 했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다나까」지지를 표시한데다 구형 량에 대해서도 수긍하는 반응이었다. TV를 함께 보던 한일본인 대학원생에게 『이젠 「다나까」씨의 정치생명은 끝났지요?』 라고 물었더니 이 학생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만한 일로 왜 정치를 그만두어야 합니까』 라고 오히려 반문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저런 정도면 정치를 못하게될 것』 이라고 했더니 『그렇다면 처음부터 정치를 하지 말아야합니다』 는 대답이었다.
정치하는 사람은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면 그런 점에서「다나까」씨는 여전히 톱클래스다. 구형공판 다음 날 아침 측근을 통해 흘러나온 「다나까」씨의 동정 중에는 구형공판날밤 자택으로 많은 시민이 전화를 걸어『분발해주십시오』라고 격려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오오사까(대판)에서는 경찰관들이 도박게임업자들과「검은 손」을 잡았다고 해서 10여명의 경찰관들이 구속되거나 파면된 사건이 연일 일본신문에 크게 보도됐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사건 당시 오오사까 부근의 책임자였던 현직 경찰대학 학장이 『죄송하다』 는 유서를 쓰고 자살해버렸다.
장차 일본경찰의 최고책임자 감으로 꼽히던 이 경찰간부의 죽음을 모두 애석해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금권정치풍토는 국민들의 이런 관용적인 자세와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다나까」 씨는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유권자들의 격려 전화를 받으며 계속 일본정계의 대부로 남게될는지도 모른다. <동경=김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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