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 찢긴 미국] 인터넷에 가짜 모금사이트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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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이용한 인터넷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재민 구호를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가짜 모금 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연방정부에 따르면 7일 현재 카트리나 피해자 구호 등을 명목으로 내세운 웹사이트는 2300개. 연방정부는 이 중 수십 개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마치 합법적인 자선기관과 연계돼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재민들을 도우려는 이들이 쉽게 사기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연방수사국의 인터넷범죄센터의 책임자 댄 라킨은 "사기 사이트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지난해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 때보다 숫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측은 또 카트리나를 사기에 이용하려는 쓰레기메일(스팸메일)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를 그럴듯하게 담아 '손님'을 끈 다음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알아내 돈을 빼내려는 메일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 검찰은 2일 'KatrinaHelp.com' 'KatrinaDonations.com' 'KatrinaReliefFund.com' 등을 운영해온 50대 남자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 남자는 카트리나가 상륙하기 전인 지난달 28일 이미 이런 사이트를 가동했다. 사이트엔 "여러분의 재산을 카트리나 희생자들과 함께 나누자"라는 등의 글이 떠 있다. 미주리에서도 'parishdonations.com' 'katrinafamilies.com' 등이 사기 사이트로 적발됐는데, 이들 사이트엔 '백인 희생자'만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인종차별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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