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위기의 한국 바둑 국회가 팔 걷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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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민병두 의원

한국 바둑은 위기를 맞고 있는가. 세계대회만 열리면 연전연승하는 무적의 실력에다 세계 최초의 바둑학과와 바둑 전문 TV 등을 갖춘 한국 바둑인데 무슨 위기란 말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위기가 코앞에 닥쳤다고 입을 모은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얘기다. 게임.연예.스포츠에 밀려 청소년 바둑인구가 급감하고 있고 이런 흐름 속에서 바둑교실 등 풀뿌리 바둑산업은 이미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국위를 선양해 왔고 문화상품으로 그 가치가 무궁무진한 한국 바둑이 힘을 내 세계 바둑시장으로 뻗어갈 길은 없는 것일까. 그 첫째 해결고리는 바둑의 제도권 진입, 즉 '바둑의 스포츠화'라는 데 입이 모아졌다.

'세계 최강 한국 바둑,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제하의 토론회가 7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국회가 이례적으로 '바둑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의 민병두(열린우리당) 의원 주재로 열린 이 토론회엔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고 프로기사 조훈현 9단, 정병국(한나라당) 의원, 우상호(열린우리당) 의원, 오영우 문화관광부 국제체육과장, 김재철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신병식 SBS 보도본부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준비된 한국기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바둑은 최연소 세계대회 우승 등 세계 바둑 10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세계대회에서 51회 우승(중국 13회, 일본 9회)했다. 바둑이 보급된 나라는 70개국.

또 바둑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선 ^바둑이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부모가 80%에 달하고 (매우 도움이 된다 20%,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60%) ^바둑이 다른 취미나 오락에 비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50%를 넘는다.

한국 바둑이 새로운 '한류'로 등장할 만큼 국제 바둑계에서 위상이 높고 국민들도 인터넷 게임보다는 바둑에 훨씬 호의적이란 조사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은 차갑다. 정수현 교수는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체스는 경기종목으로 채택됐지만 바둑은 국내에서 스포츠 인정을 받지 못해 중국.일본 등과 보조를 맞추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조훈현 9단, 우상호 의원 등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국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 지원과 바둑단체의 체육회 가맹이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바둑 지망 청소년들의 최대 고민인 진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바둑의 스포츠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 오영우 과장과 체육회 김재철 사무총장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한국기원 스스로 조직 개편 등 요건을 갖춘다면 스포츠 진입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정병국 의원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바둑계 스스로의 변신 노력도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바둑의 스포츠 진입은 언제쯤 현실화될 수 있을까. 국회의 지원에 고무된 한국기원 측은 "연내 실현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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