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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본사-서구-「페」만 순 방위 우선 순위 뚜렷해져|미 새 방위지침에 담긴 진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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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미국이 소련과 핵무기 없는 장기 재래식전쟁을 하게될 경우 미군은 소련본토 뿐 아니라 북한·베트남·쿠바 등 소련의 동맹국도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힌「84∼88회계연도 방위지침」은「와인버거」국방장관이 미국전략에 도입한「수평 에스컬례이션」개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10여 년간 국방성을 출입한 국방전문가가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전략개념은 이문서의 나토전선에 관한 부문에서도 엿보인다. 즉 전쟁이 일어나면 유럽중심부의 주 전선과 함께 나토의 북단(노르웨이)과 남단(터키)등 측방에서 공격하는데 역점을 두고 동유럽에도 게릴라부대를 투입시켜 바르샤바군의 병력과 장비를 분산시키도록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지침서의 바탕이 되는 기본전략은「와인버거」국방장관과「칼루치」차관, 합참의장 및 고위 작전지휘관들의 생각을 총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평 에스컬레이션은「키신저」가 국무장관으로 있을 때 도입한 미국 외교정책의 연계이론(Linking)을 군사 면에 적용한 듯하다.
연계이론이란 어느 국경문제 포는 국가가 소련 외교공세의 대상이 될 경우, 미국은 다른 문제 또는 지역에서 소련에 압력을 가한다는 생각인데 수평 에스컬례이션은 어느 한 지역에서 소련의 무력공격이 있으면 그에 대한 반격을 수평적으로 다른 지역에 확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개념이 담긴 5개년 방위지침이 아직 확정된 전략이 아니고 여러 정책대안중의 하나이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다고 한 군사전문가는 평가했다. 이와 비슷한 대안으로 포클랜드전쟁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지난해 5월 나토동맹국들 사이에서 물의를 빚은 소위「역외작전 권」이란 것도 있었다.
그때 「와인버거」국방장관은 마치 영국군이 포클랜드에서의 작전을 위해 나토군의 일부인 영국함정을 빼냈듯이 미군도 예컨대 페르시아만 같은 지역에서 소련의 침공이 있을 경우 나토 군에 배속된 미군과 장비를 빼돌릴 수 있다고 말했었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에 이미 자세히 보도된 이 84∼88회개연도 방위지침서는 앞으로 5년간 미 국방성이 입안하는 예산작성의 기초자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료 속에는 구체적 항목들이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앞으로 5년 동안 단편적으로 예산관리 처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그 다음 의회에서 토의를 거쳐 표결돼야 한다.
이 자료 중에서 소련 쪽이 특히 신경을 곤두세운 부분은 미국이 핵전쟁은 일격으로 끝난다는 종래의 전략을 확대해서 핵 장기전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대륙간탄도탄을 동원한 총력 핵전쟁일 경우 미소 쌍방이 비슷한 정도로 크게 파괴당하면서 단번에 끝나지만 핵 장기전을 상정할 경우 전술핵무기·중거리핵미사일·대륙간탄도탄의 순서로 핵전쟁이 확대되게 될 가능성이 보이는데 이 경우 초기 핵전쟁은 전술무기와 중거리핵미사일이 배치돼 있는 유럽이 주 전선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특기할 점은 소련군이 페르시아만으로 진격할 경우『당사국의 요청을 받아 미군이 진주한다』는 미국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이 문서는 그런 경우 무력으로, 요청울 기다리지 않고 진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기술하고 있는 점이다.
이 문서에 지적된 미국의 재래식 전쟁에 관한 전략은 또 방어 우선 순위를 미국본토, 서구, 페르시아만 유전 다음에 한국 둥 아시아의 순서로 되어있으며, 필요할 경우 서 태평양일대의 병력을 다론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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