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요즘 광고 속 여성 뭔가 다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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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연하남이여, 오라 아, 저기 꽃미남 도도하게 접근한다 조수석에 앉힌다

기회가 오면 잡는다 회의중 잡담하는 동료 입 막으란 말에 무섭게 키스를…

'작업'은 내가 건다 노천 카페에서 드디어 발견했다 이래도 안 올래?

'현대 여성'은 적극적이다 못해 저돌적이다. 일과 사랑 어느 하나 놓치려 하지 않는다. 예쁜 남자(메트로섹슈얼), 특히 연하의 꽃미남은 이들의 '작업'대상이다. 사회적 성공을 우선시하고, 성역할에서 남녀 구분을 인정하지 않는 여성들. 이른바 '콘트라섹슈얼'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당당한 이런 여성들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광고가 이런 트렌드를 놓칠 리 없다. 콘트라섹슈얼 코드를 가장 '진보적'으로 담아낸 현대자동차 투싼 광고는 '콘트라섹슈얼'이 '메트로섹슈얼'을 낚아챈다는 의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한 여자는 여린 남자에게 끌린다'는 카피부터 도발적이다.

광고를 만든 대행사 이노션의 박주수 차장은 "커리어우먼이 연하 남성을 유혹하는 내용의 광고가 처음이어서 혹시 뭇매를 맞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선호도와 인지도 모두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시청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기획 초기의 우려는 기우로 끝난 셈이다. 일과 사랑 모두 적극적인 여성들이 인정받고, 연하 남자와 결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 이같은 '당돌한' 광고가 나올 수 있었던 토양이 됐다고 박 차장은 지적했다.

직장여성(모델 한은정)이 회의 도중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직원에게 기습 키스를 날리는 오리온 과자 고소미 광고도 파격적인 내용 면에서 투싼 광고 못지 않다. 이 광고의 기획의도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요즘 여성들의 심리를 광고에 코믹하게 풀어내자는 것. 제일기획 홍준선 차장은 "잡지에 '연하 남성 잡는 법' 등의 기사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라며 "과자 광고에 (콘트라섹슈얼 코드를 넣은 것이) 생뚱맞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재미있다는 평도 많았다"고 말했다.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화장품 광고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라끄베르 광고에서는 전문직 여성(모델 이보영)이 노천카페에서 눈에 띈 멋진 남성(모델 박건형)을 당당하게 유혹한다. 여성의 심리에 호소하기 위해 요즘 트렌드인 콘트라섹슈얼 코드를 사용했다는 것이 광고대행사 LG애드 측의 설명.

1990년대에도 한때 여성이 남자 엉덩이를 만지고 지나가는 등의 파격적인 광고가 등장했지만, 최근 콘트라섹슈얼을 다룬 광고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의 파격적인 광고가 눈길을 끌기 위한 돌발성 광고였다면, 요즘 콘트라섹슈얼 광고는 철저히 사회적 트렌드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는 제일기획 박재항 국장은 "메트로섹슈얼, 콘트라섹슈얼은 단지 마케팅이나 상술 차원에서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라 성 역할에서 남녀 구분이 무너지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콘트라섹슈얼 광고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남성적 성향에 대한 반작용이 급속히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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