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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생 "강교수 사법처리는 순교자만 만들 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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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문제에 국가의 과도한 개입으로 순교자를 만들어 동정표를 얹어 줄 필요는 없다"

▶ 강정구 동국대교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6.25는 통일전쟁이자 내전'이란 주장을 정면 비판했던 동국대 학생이 이번에는 강 교수의 사법처리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동국대 북한학과 4학년 최옥화씨는 강 교수의 발언으로 파문이 일자 최근'강정구 교수님! 당신이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강 교수의 논리를 반박하는 동시에 일부 학생들이 강 교수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 눈길을 끌었었다.

최근 강 교수의 사법처리 논란이 일자 최씨는 7일 시사웹진 뉴라이트(www.new-right.com)에 다시'강정구 교수를 순교자로 만들건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최씨는 이 글에서"현행법을 어겼을 경우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가보안법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되어온 찬양.고무죄를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조항으로 사법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갈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최씨는 일부 보수단체들의 사법처리 주장이 오히려 '강 교수의 순교자화'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씨는"만약 몇몇 보수단체의 주장대로 사법처리까지 가게 된다면 논점이 희한하게 변형될 수 밖에 없다"며 "강 교수의 이야기가 얼마나 김정일적인지에 대한 논점에서 학문사상의 자유가 없는 대한민국으로 논점이 이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 문제는 "현대사 인식에 관한 논쟁으로'사회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편으로는"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를 규탄하는 자리에서'이건희나 구속하라'는 피켓이 여기저기 보여 이들이 정말'합리적 논쟁'을 할 수 있는 대상인지 의문이 든다"며 대학내 합리적 토론문화의 부재도 지적했다.

최씨는 "한쪽에서 친북반미는 국가전복세력이라고 비약하고, 다른 한쪽은 반북대결의식 고취는 친자본주의라고 확대해서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쟁점을 확대하기보다는 6.25전쟁과 맥아더에 관한 평가, 그리고 해방이후의 역사에 관한 논쟁으로 시시비비를 따지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민근 기자

<다음은 글 전문>

*** 강정구 교수를 순교자로 만들건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사법처리여부 논란에서 당신의 생각은?" 이라는 설문이 진행 중이다. 8월24일부터 현재까지 총 8,094명이 참여하여 찬성 71.72%(5,805명), 반대 26.62%(2,155명), 잘 모르겠다 1.66%(134명)는 결론이 나왔다.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압도적인 의견에 조금 당황했다. 교수님을 죄인으로 만든 데에 어쩐지 나의 책임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법치국가에서 법집행을 철저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이기 때문에 현행법을 어겼을 경우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되어온 찬양.고무죄를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 조항은 여야를 막론하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없애야하는 조항이라고 보고, 나 또한 불고지죄와 함께 찬양.고무죄는 시대를 거스르는 조항이라고 본다. 이런 조항으로 사법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갈등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작년 공무원노동자학교에서 박세길(전국연합조직위원장)씨의 '주체사상' 강연 또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련방제통일방안'이라고 단체이름에 김정일식 표현까지 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또 어찌할 작정인가?

개정이나 폐지 등 끊임없는 논란이 일고 있는 조항으로 특정인에 대해 과거의 논문까지 들춰내어 처벌하려고 한다는 것은 너무 과도한 처사이다. 만일 몇몇 보수단체들의 주장대로 사법처리까지 가게 된다면 논점이 희한하게 변형될 수 밖에 없다. 강정구교수님의 이야기가 얼마나 김정일적인지에 대한 논점에서 학문사상의 자유가 없는 대한민국으로 논점이 이동하는 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일식 통일전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에 의한 강제가 아닌 합리적 논쟁을 통한 자기주장의 관철만이 용납되는 사회"라는 강교수님의 말에는 동의한다.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논쟁'이며 상대의 주장에 귀를 막고 자기주장만 늘어놓는 것이 아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논쟁에서 졌다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풍토이다.

학계와 대학생들 사이에서 현대사 인식에 관한 논쟁으로 '사회적 판결'을 내려야 한다. 판결을 위해 학생들이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해야 한다. '검사'와 '변호사'는 객관적 사실을 들어 자신들의 논지를 분명하게 밝혀 판단을 내리게 해주면 된다. 학문적 문제에서 국가의 과도한 개입으로 순교자 만들어 동정표를 얹어줄 필요는 없다.

9월 2일 강정구교수 사건 해결을 위한 동국대학생대책위와 민노총학생위 간부들이 동국대에 모여 강정구교수 사법처리 규탄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학문적 입장에 대하여 학문적 평가와 반론, 그리고 토론을 통해 옳고 그름이 규명되는 것"을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주장에도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강정구교수의 사법처리를 규탄하는 자리에서 '이건희나 구속하라'는 피켓이 여기저기 보여 이들이 정말 '합리적 논쟁'을 할 수 있는 대상인지 의문이 든다.

한쪽에서 친북반미는 국가전복세력이라고 비약하고, 다른 한쪽은 반북대결의식 고취는 친자본주의라고 확대해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쟁점을 확대하기보다는 6.25전쟁과 맥아더에 관한 평가, 그리고 해방이후의 역사에 관한 논쟁으로 시시비비를 따지게 되길 바란다. 다른 내용이 더 있다면 지속적으로 세부 주제를 잡아 논쟁을 이어나가면 될 것이다.

동국대학 내에서 합리적 논쟁이 벌어지고 학생들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나는 동국대 학생임이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최옥화 (동국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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