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아마레슬링 손갑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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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마레슬링의 간판스타인 손갑도선수는 연말연초의 휴가를 자진해서 고스란히 반납하고 한국체육관의 차가운 매트위에서 보냈다.
『악몽같은 임술년은 빨리 잊어버리자』며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어금니를 힘주어 물고 강훈을 벌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어요. 난생 처음 맞선 북한선수인 김철환을 얕잡아 본게 잘못인 것 같아요. 1회전은 나의 특기인 사이드태클이 먹혀들어 2-1로 앞섰지요.
그런데 2회전에 들어 그 친구가 별안간 내 기술을 역이용해 허리를 잡으며(1실점) 연이어 옆누르기를 3번당해(한번에 2점에 6실점)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나고 말았어요. 결국 8-2로 완패하고 말았죠.』
지난해 제9회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레슬링의 금메달후보로 부각되던 손선수는 은메달이 걸린 준결승에서 북한선수에게 예기치못한 일격을 당하고 동메달에 머문 것이다.
『경기전날 우연히 만난 김철환과 북한임원들이 저를 보더니 아는체를 하고 악수를 청하는등 전례없이 미소작전으로 나와 기분이 안좋았어요. 나중에 패한뒤에 알고보니까 이들은 나에대해 비디오테이프등을 통해 철저한 연구를 한거예요』밤중에 홍두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란다.
김철환은 평양체육대 4학년으로 손선수와 동갑나기. 키는 3∼4cm 작지만 다부진 체격에 힘이 좋았다는 손선수의 얘기다.
지난 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김철환은 은메달을 휙득했지만 우승한 이탈리아의 「플리오」는 손선수가 79년 샌디에이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폴로 제압한 바 있다.
그래서 그는 김철환보다도 결승에 올라있는 일본의 신예 「고바야시」(소림·20·일본대2년)에게 더 신경을 쓰다 참패하고 만 것이다.
『오는9월 소련세계선수권대회와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고바야시」,김철환, 세계선수권 4연패의 「세르게예프」(27·소련) 「폴리오」(25·이탈리아) 그리고 불가리아·유고선수등 아시아와 유렵세의 대결 입니다.』
워낙 국제무대에 많이 출전한 관계로 강호들의 특기등 인적사항에 대해 훤하나 (다만 김철환에 대해서만 전혀 몰랐다).
『갑도는 사이드태클과 엉치걸이는 일품입니다. 이 기술에 걸리면 누구든 헤어나기가 어렵지요. 그러나 몸이 굳고 순발력이 부족한 것이 결정적인 흠이예요. 금년은 이 흠을 고치는 중요한 해이지요』 장호성코치의 지적이다. 또 장코치는『LA올림픽에서 승부의 관건은 체중조절입니다.
손선수는 근래에 평소 체중이 한계체중(48kg)보다 5∼6kg이 불어 경기때마다 고생을 합니다. 사실 아시안게임에서 1패한것도이 체중조절의 실패로 체력싸움에 진것이라고 할수있지요』라고 질책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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