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춤으로 피곤한 몸 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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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밤 순창군 팔덕면 장안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장수춤을 추고 있다. 양광삼 기자

"오른발 딛고, 왼발 찍고, 어깨 으쓱, 엉덩이 삐죽-"

1일 오후 8시 순창군 팔덕면 장안마을 회관 앞 마당. 주민 30여명이 '아리랑' '날 좀 보소' 등 흥겨운 노래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을 훔치며 정열적인 손짓.발짓 시범을 보이는 강사는 71세의 신계식 할머니. 신씨를 따라 춤을 추는 주민들도 대부분 60~70대 할머니.할아버지들이다.

장안마을은 '전국 제 1의 장수 고을'로 알려진 순창군에서도 손꼽히는 장수 마을이다. 이곳에는 95세의 김옥임 할머니를 비롯해 90세 이상이 2명,80대 5명, 70대 20명이 산다. 65세 이상은 46명으로 전체 주민(129명)의 40% 가까이 된다.

그러면서도 다른 마을과 달리 29세 이하가 33명, 30~59세가 40명이 사는 등으로 세대별 균형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농업진흥청의 '건강장수 100대 마을'로 선정돼 질병없이 건강한 노년을 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주민들이 즐기는 장수춤은 서울대 노화연구소가 개발해 보급했다. 한국무용의 굼실굼실하는 동작을 우리 노래 가락에 접목시켜 강강수월래를 돌고 지신밟기도 한다. 팔.다리.가슴 등을 흔들어 줘 심폐기능 향상과 관절염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장안마을에선 매주 목요일에는 농사 일을 마치고 난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장수춤을 춘다.

윤양호(75)씨는 "이웃들과 어울려 춤을 추다 보면 논.밭에서 일하며 허리 한 번 제대로 펴 보지 못해 뭉쳤던 허리. 팔.다리 근육이 다 풀린다. 마음 속 근심.걱정도 훌훌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에는 정신건강을 위한 문화교양 강좌를 연다. 마을회관에 모여 묘.집터 등에 대한 풍수지리 얘기도 듣고 조경 전문가에게서 화단 가꾸는 요령도 배운다. 또 어깨를 흔들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에는 30~80대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손끝을 바쁘게 움직이며 실내화분 만들기(토피리어) 교육을 받았다.

할머니들은 도라지.더덕 껍질 까기, 할아버지들은 짚신 삼기와 싸리 비 만들기를 하는 등 노인 일거리 사업도 활발하다. 이춘옥(75.여)씨는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 치매 예방도 되고, 손자들에게 줄 용돈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장안마을 사람들에겐 산책.등산도 빼 놓을 수 없는 일과 중 하나다. 아침.저녁으로 2~3명씩 마을 주변을 1~2㎞씩 걷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 들고 주변 산을 오르기도 한다. 내년쯤에는 마을에 꽃길.화단을 조성하면서 맨발 지압로도 만들기로 했다.

강인형 순창군수는 "무조건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게 장수해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일거리 창출을 더 활성화하고 질병 무료 검진 시스템을 구축해 으뜸 장수마을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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