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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외숙 한의사의 소중 동의보감 <16> 체액의 대사과정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강일구

기온이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지면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면 왜 소변이 잦아질까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우리 몸의 체온조절과 수액대사의 관계를 이해하면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땀과 체온조절’ 편이나 ‘계절변화와 섭생’ 편에서도 땀과 소변의 관계를 조금 다루었지만 오늘은 우리 몸의 액체성분인 체액과 그 대사과정에 관한 것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변은 물과 비슷하게 보이는 액체입니다. 날씨가 추울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이 자주 마렵게 되죠. 그래서 우리는 물을 마시면 소변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마신 물이 바로 소변으로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은 소화과정을 거쳐 소장·대장을 지나면서 흡수돼 혈액으로 합쳐집니다. 이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면서 몸의 곳곳에 수분을 공급하는데 바로 이것이 우리 몸의 체액성분입니다. 체액성분은 땀샘으로 전해져 필요할 때 땀으로 배출되기도 하고 근육 속에 스며들어 관절을 굽히거나 펼 때, 혹은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되는 것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주죠.

근육 속에 체액성분이 부족하면 근육이 굳어져 소위 말하는 ‘담’이 잘 결리거나 발목을 삐끗할 수 있습니다. 허리 쪽 근육에 체액이 부족해 요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죠. 또 관절염이 올 수도 있습니다. 관절을 감싸고 있는 공간을 관절강, 여기에 스며든 체액은 관절낭액이라고 합니다. 관절낭액이 충분해야 관절을 원활하게 정상 범위대로 움직일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관절낭액이 부족하면 관절연골이 퇴화되거나 변형돼 관절염(퇴행성관절염)이 오는 것입니다.

슬프거나 기쁠 때, 혹은 아플 때 흘리는 눈물은 체액성분이 눈물샘에 전해져 만들어집니다. 눈물은 평소엔 눈을 촉촉하게 해 줄 정도로 조금씩만 흘러나와 눈을 깨끗이 씻어준 후 코와 연결된 비루관을 통해 코 속으로 배출이 됩니다. 그런데 감정적인 변화가 있을 때는 갑자기 눈물의 생산량이 많아지죠.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눈물을 정신작용 및 감정과 관련된 장기인 간(肝)의 액체라고도 부릅니다.

코 속으로 가면 콧물이 됩니다. 콧물은 평소엔 코 속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게 축여주는 역할을 하죠. 감기에 걸리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생겼을 때는 갑자기 콧물이 많이 늘어나 밖으로 흘러나옵니다. 코 점막에 달라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꽃가루·먼지 등을 씻어 몰아내기 위해서죠. 호흡기와 관련된 체액이기 때문에 콧물은 폐(肺)의 액체라고도 합니다.

이번에는 입으로 가볼까요. 입에서 체액성분은 침샘을 통해 침이 돼 나옵니다. 침은 음식물 중의 세균을 제거하는 항균작용을 하고 탄수화물의 소화를 돕죠. 또 침이 있어야 음식물을 혀로 섞어가며 골고루 씹어 삼킬 수가 있습니다. 침이 부족하면 혀가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말이 꼬이는 등 발음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침은 특히 소화와 관련된 체액이라서 비(脾)¹의 액체라고 합니다.

이렇게 체액은 혈액순환을 통해 몸의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공급돼 우리 몸을 축여주는 동시에 그 기관에서 생긴 노폐물을 받아와 혈액 속으로 다시 합쳐집니다. 혈액 속에 늘어난 노폐물은 그대로 두면 안 되겠죠? 노폐물들은 혈관을 따라 신장으로 운반돼 사구체라고 하는 거름 장치를 통해 소변으로 만들어집니다.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조금씩 만들어져 방광에 모이지요. 그러다 방광이 가득 차면 변의(대·소변이 마려운 느낌)를 느끼게 되고,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 몸은 날씨가 추워지거나 옷을 얇게 입는 등 갑자기 추운 환경에 놓여 체온이 떨어지려고 할 때는 소변의 형태로 체액을 배출을 늘립니다. 체온 유지에 유리하도록 방광에 조금만 소변이 차도 바로바로 내보내도록 우리 뇌에서 명령을 내리는 거랍니다. 마신 물이 바로 소변이 되는 것은 아닌 거지요. 배설 기능과는 약간 다르게, 소변 배출 기능을 이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로서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외숙 구리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비¹ 해부학적으로는 비장(spleen)과 가까워요.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장의 기능을 포함하지요.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은 위장이 하는 일이지만 배고픔을 느끼거나 음식을 보았을 때 먹고 싶다고 느끼고, 적당히 먹으면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조절하는 것은 비장의 작용입니다. 또 비장은 기(氣)를 만들어내는 장기로서 면역력에서 큰 부분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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