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현 '천금의 첫 금' 한국육상 체면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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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창던지기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박호현(左)과 은메달을 따낸 이영선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한국이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여자 창던지기에서 금.은메달을 따내며 주최국의 체면을 세웠다.

박호현(27.SH공사)은 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창던지기에서 55m58㎝를 던져 금메달을, 이영선(31.대구시청)은 55m29㎝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아시아선수권을 2연패 한 '맏언니' 이영선과 한국기록(60m92㎝) 보유자인 장정연의 그늘에 가려있던 박호현은 이번 금메달로 '2인자'의 설움을 깨끗이 씻어냈다.

창던지기 국가대표 코치인 허성민(30)씨가 남편으로 1m66㎝.58㎏의 크지 않은 체구이나 순발력과 강한 체력이 장점이다.

남자 10종경기에서는 김건우(25.국군체육부대)가 7694점을 얻어 파벨 안드리프(우즈베키스탄.7744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여자 5000m에서는 이은정(24.삼성전자)이 15분41초67의 한국신기록(종전 15분42초62)을 세우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세단뛰기 결승에서는 김덕현(23.조선대)이 16m78㎝를 뛰어 종전 한국기록(16m73㎝.박민수)을 11년 만에 경신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중국은 15개의 금메달을 획득, 카타르(금 6).일본.사우디아라비아(금 5).인도(이상 4개) 등을 여유있게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7위(금 1.은 7.동 1).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한국 육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종일 금메달로 체면은 세웠지만 트랙과 필드, 거의 모든 종목에서 아시아의 2류로 전락한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남녀 100m와 남자 200m에서는 전원이 예선에서 고배를 들었고, 400.800.1500.1만m 등 주요 트랙 종목에서도 대부분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여자 5000m에서 이은정이 은메달을 딴 게 전부다.

그동안 한국 육상은 마라톤 단일 종목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트랙이나 필드 종목 선수들의 소외감과 상실감이 컸고,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마라톤도 이봉주(삼성전자)를 이을 재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천=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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