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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들이켜고 들이마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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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가 딱인데!”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의 대사 한마디에 중국에서 치킨과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치킨을 안주로 맥주를 들이키는 문화가 형성되는 등 ‘치맥’ 열풍이 불었다. 음식 전문가들은 튀긴 닭과 차가운 맥주는 궁합이 별로 안 맞는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음주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고 할 때 ‘들이키다’로 표현하는 이가 많다. “치킨을 안주로 맥주를 들이키는 문화”와 같이 쓰는 건 잘못이다. 동사 ‘들이켜다’가 와야 한다. ‘들이키는’을 ‘들이켜는’으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된다.

 ‘들이켜다’는 몹시·마구·갑자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들이-’와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목구멍으로 넘기다는 의미의 동사 ‘켜다’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들이켜니, 들이켜고, 들이켜면 등으로 활용된다. “맥주의 참맛은 땀 흘린 뒤 한 잔 들이킬 때의 시원함이 아니겠는가”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들이킬 때’를 ‘들이켤 때’로 고쳐야 한다. ‘들이켜다’는 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쉬다는 뜻도 있다.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들이켰더니 머릿속까지 청량해지는 느낌이다”와 같이 쓰인다.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는 의미의 동사로 들이키니, 들이키고, 들이키면 등으로 활용된다. “지하철에 앉을 땐 서 있는 이를 위해 발을 들이키는 게 예의지”처럼 사용한다.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화분을 들이켜라”의 경우엔 ‘들이키어라’가 ‘들이켜라’로 줄어든 것이지 ‘들이켜다’가 기본형이어서가 아니다.

 물·술 따위를 목구멍 안으로 빨아들이다, 공기·냄새 따위를 입이나 코로 빨아들이다는 뜻의 동사 ‘들이마시다’도 ‘들여마시다’로 잘못 알고 있는 이가 꽤 있다. ‘들이마시다’는 접두사 ‘들이-’와 ‘마시다’가 결합한 말이다. “두부는 위 속에 머물며 알코올 흡수를 낮추고 공복감에 맥주를 들이마시는 것을 방지한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라”와 같이 써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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