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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78세 생일…바티칸 광장서 탱고 파티 열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78세 생일인 1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선 탱고 파티가 열렸다. 수백 커플이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생일을 축하하며 춤을 췄다. 교황이 직접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선물’은 저녁 무렵에 공개됐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53년에 걸친 양국간의 국교 단절을 끝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마바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움이 컸다"고 공개했다. 한 바티칸 관계자는 “정말 값진 깜짝 선물”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교황의 생일에 이런 역사적인 발표가 나온 게 우연인지, 계획된 연출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매우 신중했던 바티칸의 지난 30년간 외교 역사상 가장 큰 성과”라고 평했다. 1980년을 전후해 요한 바오로 2세가 남미의 비글 해협에 있는 섬들을 둘러싸고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았던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분쟁을 중재한 이후 최고의 업적이란 얘기였다.

미국과 쿠바가 협상을 시작한 건 지난해 봄부터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랜 ‘족쇄’를 풀었다. 고위급 대화가 시작됐다. 협상단이 직접 얼굴을 맞댄 건 지난해 6월 캐나다에서였다. 캐나다는 이후 지난달까지 협상의 주무대였다.

올들어 바티칸도 거들기 시작했다. 오마바 대통령이 올 3월 바티칸을 방문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쿠바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바티칸은 전통적으로 가톨릭의 영향력이 큰 쿠바와 가까웠다. 외교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베네딕토 16세가 2012년 쿠바를 방문했을 정도다.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미국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첫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정을 더 잘 안다. 늘 “미국·쿠바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엘리자베타 피케·아르헨티나 언론인)고 한다. 게다가 “외교관을 능가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교적 난제에 기꺼이 개입해 풀려는 노력을 해온 터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여름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에게 각각 서한을 보냈다. ”몇몇 수감자들의 상황을 포함해 양측이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때 5년간 수감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와 미국에서 복역 중인 쿠바 정보요원 3명을 맞석방하는 카드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교황의 역할에 대해 “비밀리에 합의한 협상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지켜보는 일종의 보증인”이라고 표현했다.

바티칸은 지난 가을 양국 대표단을 초청해 교황청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협상을 열었다. 케네스 해켓 교황청 주재 미국 대사는 “바티칸 고위 인사가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 '고위 인사'를 두고 두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바티칸의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이다. 그는 국무원장이 되기 직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대사로 있어서 남미 정서를 잘 안다. 다른 한 명은 쿠바 가톨릭의 최고위 성직자인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이다. 그는 쿠바 정부의 개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정치범 석방 등 현안에도 적극 개입해온 인물이다. 캐나다에서 공부한 이력도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의 역할도 컸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스테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의 역할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역할을 인정해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kc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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