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이색 선물, 제자 33명에게 1000원권 100장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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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학교 제자들이 스승의 정년을 맞아 만찬을 마련하자 스승은 이색 선물을 줘 사제의 정을 과시했다.

1974~76년 조선대 부속 중학교에 다닌 28회 동창생 30여명은 최근 광주의 한 호텔에서 8월 31일 조선대 여자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정찬규(62.사진)씨와 교사 등 100여명을 초청해 만찬회를 열었다.

정씨는 이 날 참석한 제자 33명에게 봉투 하나씩을 건넸고, 뜻밖의 선물을 받아 든 제자들은 한 동안 당혹해 했다.

봉투 안에는 1000원권 100장(10만원)씩이 들어 있었다. 또 겉봉에는 '최단 50년 후 가치확인 요망'이라고 씌여 있었다.

동창회장 최두복(45.회사원)씨는 "50년 후에 확인하려면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선생님의 바람과 애정을 담으신 것 같다"며 감격해 했다.

또 오형근(45.성형외과 전문의)씨는 "감성이 예민했던 중학교 시절에 우리의 잘못을 따뜻하게 감싸며 늘 자상하게 이끌어 주셨다"며 "이번에도 돈보다 더 한 사랑을 주셨다"고 말했다.

정씨는 "40대 중반의 제자들에게 뭔가 의미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며 "제자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미로 동전과 화폐를 수집하는 정씨는 "제자들이 돈을 오래 보관하다 보면 그 만큼 가치도 오르고 화폐의 중요성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65년 교단에 첫발을 내 디뎠고 73년부터 조선대 부속 중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쳤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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