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희생자 수천명 이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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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희생자가 수천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물속에 많은 시신이 잠겨 있어 사망자는 최소 수백 명, 많으면 수천 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트리나는 3000여 명이 숨진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100년 만의 미국 최악의 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이번 피해는 미국이 겪었던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라며 "복구에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둑이 무너져 도시의 80%가 침수된 뉴올리언스시는 물이 빠지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콜레라.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뉴올리언스시 당국은 2만5000여 명이 대피 중인 수퍼돔에 전기가 끊긴 데다 화장실 오물이 넘쳐나 이재민 전원을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이송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 등 피해를 본 3개 주는 구조작업에 모두 8만5000명의 주 방위군을 투입하고 있으나 물이 빠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 채굴 및 정유 시설들도 예상보다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안경비대는 이 지역에서 최소 20개의 유정 굴착기와 채굴용 플랫폼이 가라앉거나 떠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뉴올리언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뉴올리언스에는 지난해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그러나 많은 관광지와 컨벤션센터.호텔 등이 침수되면서 다음달 열릴 예정이던 미국퇴직자협회(AARP) 연례회의를 비롯해 많은 행사가 취소됐다. 이번 피해의 복구 비용은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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