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정성 아쉬운 세모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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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2월, 「스크루지」영감과 자선남비가 등장하면 평소에 자기생활에만 바빴던 사람들도 한번쯤 이웃을 생각해 보는 달이다.
지난해 거리에서 자선남비를 본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저게 뭐야]
『응, 저건 가난하고 아픈사람을 위해서 돈을 모으는 거란다. 자기가 갖고있는 것을 다른사람과 나눠 갖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그럼 천당가?』
『그럼.』
『엄만 천당 못가겠네.』
『뭐?』
아이는 천당 못갈 엄마가 걱정스러운듯 저만큼 떨어져 있는 자선남비와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엄마가 우리 돌이와 얘기를 하느라고 그냥 지나쳐 왔구나. 자 가서 같이 넣자.』
이런 식으로 번명을 하고 자선남비에다 돈을 넣은적이 있었다.
자선남비에 돈을 넣는일,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고 평소에 안하던 일을 하자니 공연히 낯이 간지러워 주위를 살피다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이렇듯 남을 돕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시절 한 친구가 집안이 몹시 어려워 종종 먼거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것을 알았다. 다분히 감상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불쑥 그 친구에게 버스표1권(10장)을 내밀었다.
반갑게 받을줄 알았던 친구는 뜻밖에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것이 미안한 마음에 의례적으로 나오는 사양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 친구의 눈에서 분노와 슬픔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내 기분대로 즉흥적으로 취한 행동이 친구의 자존심을 다치게 했던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남을 돕겠다는 의미를 여러 모로 생각해 보았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베푸는 자의 오만함이 없어야되고, 오직 진실과 정성이 있어야 된다는것을….
연말만 되면 연례행사차림 형식적으로 행하기 쉬운 불우한 이옷돕기운동.
이번만은 어떤 분위기나 자기기분에 취해 참여할 것이 아니라 남의 아픔을 자기것으로 받아들이는 좀 더 진지한 자세를 많은 사람들이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경남울산시신정동쌍용정유사택 b3-3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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