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 후보 3명 중 2명 자진사퇴…종단 개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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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대 총장 선출을 앞둔 동국대에서 후보 3명 중 2명이 연달아 사퇴했다. 총장 후보로 나섰던 현직 교수가 “종단의 선거 개입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조의연 동국대 교수(영어영문학부)는 14일 오후 동국대 정각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종단의 선거 개입으로 엉망이 된 18대 총장 선거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동국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가 김희옥 현 총장과 조계종 보광스님(불교학부 교수), 조의연 교수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지 열흘 만의 일이다. 당초 연임 의사를 밝혔던 김희옥 현 총장이 11일 후보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게 방아쇠가 됐다. 김 총장은 후보에서 자진사퇴한 후 동국대 홈페이지에 “모교 발전을 위해 한번 더 봉사하고자 했으나 종립대학 총장직은 1회로 한정하는 게 좋고 연임을 좋지 않다는 종단의 뜻을 받들어 재임 뜻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내외에선 종단이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교내 관계자는 “김 총장이 동국대 건립 108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의 발전기금을 모금했고 대학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성과가 좋았으며 제 14대 송석구 총장이 연임한 역사도 있다”며 “사퇴 이유가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동국대에 따르면 4일 열린 총추위에선 김 총장이 후보 3명 중 11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보광 스님이 7표로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단의 선거 개입으로 김희옥 현 총장이 후보에서 사퇴하는 황당하고 참담한 모습을 봤다”며 “선거는 공정하게 치뤄져야 한다는 원칙이 처참하게 파괴되고 훼손됐다”고 말했다. 또 “종립학교인 동국대에서 종단과의 관계 때문에 갈등이 있었던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총장 선출 과정에서 처럼 이사회라는 법적 기구의 권한을 초월해 절차를 유린한 역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학 최고 기구인 이사회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번 18대 총장 선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조계종은 설립주체로서의 위의를 갖추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이은 총장 후보 사퇴로 현재 총추위에는 보광 스님이 유일한 후보로 남은 상황이다. 다른 후보 선임이 없을 경우 '최종 후보들 중 이사회의 결정으로 총장을 선출한다'는 규정에 따라 동국대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지관 스님 이래 두번째로 ‘스님 총장’을 맞게 된다. 보광 스님은 지난 2006년과 2010년에도 총장 후보로 나왔던 바 있다. 차기 총장을 선출하는 마지막 선임 절차는 오는 16일 열리는 동국대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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