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제약산업 육성정책에 반발 확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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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생색내기 지원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약산업 육성 5개년 계획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2013년 7월에 발표된 제약산업 육성 5개년 계획 발표 이후 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해 제도 개선 및 정부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보완된 조치는 민간 내수 중심의 의약품 산업을 글로벌 진출로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신약개발 연구·개발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범부처 신약개발 R&D 협의체를 구축하고, 임상시험 발전을 위해 글로벌 임상연구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총 150억원을 투자해 첨단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R&D→제품화→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신약개발 전주기 과정이 유기적인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확실한 지원체계를 수립해 지속 발전형 산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R&D 임상 인프라를 구축 ▲국내 개발신약 및 제품의 경제성을 제고 ▲글로벌 시장 개척을 지원 등 3개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R&D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현재 부처별로 산발 지원하고 있는 것을 통합해 ‘범부처 신약개발 R&D 협의체’를 구축, 운영하고 신규사업을 추진한다. R&D 협의체는 복지부·미래부·산업부·식약처 등 관련 부처 및 관계기관이 함께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고 성과연계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구성과 중 실효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해 심층평가 후 신속하게 후속지원한다.

이 외에도 대구경북 및 충북오송에 위치한 첨단복합연구단지 인프라와 보건산업진흥원 사업화 네트워크를 활용해 임상적인 아이디어를 발굴, 보건 분야 기업 창업을 지원한다. 또 신약 인허가·등재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내 약가 하락을 개선해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이를 위해 내년에 1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추가로 조성한다.

대대적인 제약산업 육성 지원에 제약업계 반응은 시큰둥 하다. 생색내기용인데다 지원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제약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 1개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100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 지원은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예산 자체도 부족한데 이를 기업·대학 등 여러 곳에 쪼개 연구비를 지원해 실질적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더 적다는 것. 연구개발 성과가 그 다음 단계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신약개발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2011년 정부 부처가 손잡고 발족한 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은 당초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진출이 가능한 신약 10개 이상 개발’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신약 21개 중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제품은 아직 없다. 정부가 제약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에서 야심차게 진행했던 혁신형 제약기업 역시 지원 부족으로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2012년 복지부가 제약산업 육성 특별법에 따라 제약산업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복지부는 당시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선정된 업체에게 세제혜택과 연구비지급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로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약회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다. 세금 감면 혜택이 크지 않은 데다가 연구개발 지원금을 여러 제약사가 나눠서 받다보니까 신약개발 비용으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C제약사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실질적인 혜택이 많이 부족해 큰 도움이 안됐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잇따른 약가인하 규제로 수익성은 떨어졌다. 복지부는 약품비 절감을 목표로 2012년 약가제도 전면을 개편하면서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약품 가격을 평균 14% 인하했다. 또 사용량이 급증한 의약품 가격을 인하하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약가인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B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은 약가규제로 고위험 저수익 산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위험은 여전히 높은데 이를 만회할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한미 FTA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을 앞두고 국회에서 제네릭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삭제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는 제네릭 기술개발을 통해 특허를 무효화 시킨 권리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제약산업 도전과 발전 가능성을 모두 막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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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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