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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조응천의 7인 모임이 문건 작성·유출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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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응천 전 비서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에서 정씨의 반대편에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있다. ‘정씨가 청와대 핵심비서관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1부속·안봉근 2부속 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문건을 작성한 측이기 때문이다. 그런 조 전 비서관이 전·현직 청와대 직원 등과 함께 모임을 갖고 문건 유출을 주도한 의혹이 있다는 청와대 조사 결과가 검찰에 전달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0일 “청와대가 최근 사표를 낸 홍보수석실 오모 행정관에 대해 감찰을 벌이던 중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한 모임에는 박관천 경정과 오 행정관,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 고모씨,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전모씨, 언론사 간부인 김모씨, 대검 수사관 박모씨 등 7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감찰에서 이미 오 행정관으로부터 “조 전 비서관이 시키는 대로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전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진술을 한 게 맞다”며 “하지만 나중에 오 행정관이 태도를 바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점을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어 갈피를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감찰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의 공보팀에 소속됐던 오 행정관은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일했다. 그런 뒤 조 전 비서관이 물러난 지난 4월을 전후해 청와대를 그만뒀다. 하지만 오 행정관은 지난 8월 다시 홍보수석실로 복귀했고 지난달 28일 ‘정윤회 문건’ 파문이 불거지자 내부 감찰을 받았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4월 세계일보가 청와대 문건(비리를 저지른 청와대 행정관의 원대복귀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을 때 문건 유출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당시 오 행정관이 다른 청와대 문건을 촬영한 스마트폰 사진 100여 장을 가지고 와 ‘유출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회수해야 한다’는 보고를 한 일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 행정관은 정윤회 문건이 유출된 직후 이 같은 행적 등을 의심받아 감찰을 받았는데 그 뒤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지난 4월 세계일보 보도 후 자신들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자 오 행정관을 시켜 역으로 문건 유출의 심각성을 윗선에 보고해 물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또 오 행정관이 문건 사진의 출처를 끝까지 밝히지 않은 건 직속 상관이었던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사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감찰 결과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정기모임을 가진 적이 없으며 청와대에서 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대검 수사관 박씨가 ‘조응천 모임’의 참석자로 언급되자 “박씨가 조 전 비서관 등과 얼굴은 아는 사이지만 모임을 가질 만큼 친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결국 조응천 모임의 존재 여부도 검찰이 밝혀야 할 수수께끼다.

신용호·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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