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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건 속 정윤회 비밀회동 없었다"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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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비선 실세’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앞줄 왼쪽 셋째)씨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연락한 적 없다”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10일 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그림자 비서실장’이란 의혹을 받아 온 정윤회(59)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정씨 조사 결과와 통화기록 조사를 토대로 “‘정윤회 동향’ 문건 속에 등장하는 비밀회동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날 정씨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우선 정씨를 상대로 문건에 적힌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와 비밀회동을 한 적이 있는지를 포함해 문건 내용의 진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앞서 정씨와 십상시 멤버로 지목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의 통화기록 위치추적을 통해 이들이 회합 장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의 J중식당에서 모인 적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냈다. 또 비밀회동설 제보자인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서 “‘정씨가 강원도 홍천에서 가끔 상경해 청와대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간다’는 내용은 아는 사람에게 들은 풍문이지 나는 참석자도 아니고 실체도 아는 바 없다”는 진술도 받았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J중식당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지난해 10~12월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과 접촉했는지 ▶김기춘 비서실장과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 김덕중 국세청장 등 인사 교체와 관련된 발언을 한 적이 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내가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 이후 올해 4월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과 연락이 안 돼 이재만 비서관에게 부탁하려고 전화한 것과 지난달 말 세계일보 보도 후 이재만·안봉근 청와대 비서관과 통화한 게 전부”라고 진술했다 . 검찰은 정씨와 이 비서관 등의 통화내역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정씨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정씨는 또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등의 문건에 적힌 발언도 공·사석 어느 자리에서도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회합 장소로 적힌 J중식당에 대해선 “J중식당 대표인 김모씨가 과거 운영하던 Y중식당에 간 적은 있지만 J중식당엔 아예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홍천에 은거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문건 내용에 대해서도 “홍천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간 적은 있지만 거주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등과 개별적으로 만났는지는 추가 조사할 필요는 있지만 일단 문건에 거론된 비밀회동은 없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씨가 승마 선수인 딸(18)의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을 교체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도 조사했다. 지난해 9월 문체부의 승마협회 감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정씨가 이재만 비서관 등을 통해 승마협회를 담당하던 문체부 노모 국장과 진모 과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정씨와 이 비서관, 김종 문체부 2차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정씨는 피고발인 조사에서 “이 비서관 등에게 국장 교체 등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김 차관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김 차관의 고소가 접수된 뒤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글=정효식·윤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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