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의 현대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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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정을 인생의 낙원이라고 한다면 가훈은 그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가르침이고, 나아가서는 아름다운 사회와 살기 좋은 나라와 평화로운 세상을 이룩하는데 지표가 되는 교훈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현대사회는 분·초를 다투어 변천, 발전, 교화되고 있고 이에 수반되어 우리 사회생활도 그만큼 다양화 되고 복잡화되고 있는데, 이런 세태에서 꼭 의식해야할 점이 현대적 문화생활에 적응할수 있는 지혜로운 소양과 실천 능력을 갈고 닦는 일이다. 이 소양과 능력은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데, 그 바탕은 가정교육이 근본이 되고, 학교와 사회교육과 자기수련이 주력이 된다.
그래서 옛날 우리 선조들은 그 나름대로의 가훈을 정하고 실천덕목으로 삼았다. 그 공통된 주제를 대강 들어보면 가정윤리면으로는 어버이에 대한 효도, 어른의 공경, 형제간의 우애, 부부간의 화순, 친척간의 화목, 조상 숭배 등이 강조됐다.
국가사회 면으로는 나라에 충성하고, 예의바르고, 인자하고, 용감하고, 지혜롭고, 미덥고, 의롭게 행세하는 일이 강조되었다.
인생면으로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뜻을 세우고, 책을 읽고 심신을 닦고, 가정을 정제하고 근면하고, 검소하고, 저축하고, 정직하고, 공사를 가리고, 선악을 분별하고, 인내하고, 분수를 지키고, 서로 돕고, 평화롭게 사는 일을 주안점으로 삼았다.
이런 가훈으로 조성된 가풍은 현대사회에도 절실하게 요망되는데 뼈대있는 집안에서는 이미 이런 미풍양속을 그대로 계승하여 복잡한 세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옛것을 찾아 익히면서 새로운 도리를 안다는 말이 있거니와 나는 현실적으로 가정마다 가훈을 마련해서 온가족들의 복된 삶의 덕목으로 삼을 것을 주장한다.
그런데, 가훈을 정하는 데 유의할 점 몇 가지를 들면, 첫째로 인륜도덕이 중시되어야 하겠다. 사람이 고귀한 존재라고 자처하면서 인륜을 문란하게 한다면 어찌 금수와 다르랴? 핵가족이니, 개인존중이니, 남녀평등이니 하지만 자신의 근본도리를 알고 살아야 하겠다. 우리의 미덕은 부모는 인자하고, 자녀는 효도하고, 형제는 우애하고, 부부는 화순하고, 친척은 화목을 명심하고 살아왔다.
둘째로, 사회정의가 존중되어야 하겠다. 사람답게 잘 살아보자고 말하면서 부정과 부패와 무질서로 세상을 어지럽힌다면 어찌 나라가 바로잡히고 사회가 바르고, 참되고, 밝고, 아름다운 법도아래 복된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 선이 짓눌리고, 악이 행세하고, 불의가 조성되면 서로 믿고사는 세상이 안될 것이다. 우리의 미덕은 좋은 일을 권장하고, 나쁜일을 바로잡고, 예의 바르고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셋째로, 자립적인 기상이 중시되어야 하겠다.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알고, 타고난 분수에 만족하고, 바르게 처신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답다고 하겠는가? 젊은이들이 주색잡기로 가산을 탕진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분수에 어긋난 잘못을 저지르고, 남녀가 파렴치한 죄악에 물든다면 집안을 망치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나라를 욕되게 할 것이 뻔하다.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일수록 우리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온갖 일에 정성을 다해야겠다.
가훈은 행복한 가정을 이룩하는 지표임을 명심하고 일단 가훈이 정해졌으면 실천에 남의 본보기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김종권 ▲강원도 양양출신·호설악산인 ▲신경 법정대학 법학부 졸 ▲사학·국학·한문학연구 ▲혜화 여자 고등학교 교감 등 교육계37년 ▲현재 보성고등학교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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