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박 '헝거게임:모킹제이', 국내에선 냉대…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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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DB]

지난달 20일 개봉한 '헝거게임:모킹제이'가 아쉬운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8일 하루 동안 전국 관객 3307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일일 박스오피스 9위로 턱걸이 했다. 전국 80개 스크린 밖에 확보하지 못한 다양성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8위·3611명)에도 밀렸다. 개봉 후 600개를 넘나들었던 스크린 수가 어느덧 200개 남짓으로 줄었고, 개봉 19일 동안 쌓은 누적 관객이 83만9260명으로 100만 명도 안된다.

같은 날 개봉한 '퓨리'(127만1542명)를 며칠간 앞서기도 했지만 어느새 열세로 돌아섰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인터스텔라'(915만4714명)의 초강세 속에서 대부분의 작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헝거게임:모킹제이'의 부진은 눈여겨 볼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북미지역과 국내 영화팬들의 온도차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달 22일(한국시간) 북미지역에서 오픈된 '헝거게임:모킹제이'는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차지했고, 17일째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오프닝 스코어로 5513만9942 달러(611억원)를 벌어들인 후 쌓은 누적 수익만 2억5815만 달러(2860억)에 육박한다. 이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억3222만 달러)와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2억5976만 달러)에 이은 3위. 한 마디로 북미지역에선 초대박을 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헝거게임:모킹제이'의 국내 부진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영화 평론가 달시파켓은 "미국에서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주된 소비층이 10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영화를 보기 보단)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나이다. 주된 소비층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 민병선은 "미국에서는 청소년 판타지 문학으로 먼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영화 흥행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러지 못하다보니 흥행에 불이 붙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헝거게임:모킹제이'는 미국 여성작가 수잔 콜린스의 3부작 소설 '헝거 게임 (The Hunger Games)'·'캐칭 파이어 (Catching Fire)'·'모킹제이 (Mockingjay)' 중 하나다. 북미 지역에선 소설로 먼저 큰 호응을 이끌어 냈지만 국내에선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소비됐다.

영화의 기대치가 국내 영화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도 있다. 영화 평론가 윤성은은 "전편들을 보면 블록버스터라고 광고를 하지만 한국인들이 기대하는 블록버스터와 다르다"고 꼬집었다. '헝거게임:모킹제이'는 할리우드의 샛별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하지만 액션이 빼어난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트랜스포머'나 '인터스텔라'처럼 영상이 주는 화려함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블록버스터 스타일이 아니다.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액션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부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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