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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헤켄, 5년 만에 외국인 황금 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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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밴헤켄·박병호·강정호.서건창(이상 넥센)·나성범(NC)·삼성 김평호 코치(최형우 대리 수상)·손아섭(롯데)·이승엽·박석민(이상 삼성)·두산 김진수 코치(양의지 대리 수상). [뉴시스]

마이너리그 100승 투수 앤디 밴헤켄(35·넥센)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외국인 투수들이 좀처럼 차지하지 못했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밴헤켄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효표 321표 가운데 278표(86.8%)를 얻어 밴덴헐크(삼성·34표)·손승락(7표)·한현희(1표·이상 넥센)·봉중근(1표·LG)·소사(0표·넥센)를 여유있게 제쳤다. 밴헤켄은 올해 31경기에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며 다승왕을 차지했다. 20승은 지난 2007년 리오스(두산) 이후 7년 만이며 왼손투수로는 1995년 이상훈(LG) 이후 19년 만이다.

 외국인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은 건 큰 의미가 있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골든글러브를 받은 외국인 선수는 11명 뿐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국내선수와의 표 대결에서 밀렸다. 특히 후보자가 많은 투수 부문에서는 확실한 ‘1위’가 돼야 수상이 가능했다. 밴헤켄 이전에 상을 받은 리오스는 22승을 거뒀고, 2009년 로페즈(KIA)는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졌던 올시즌 밴헤켄이 거둔 성적은 역대 어느 외국인 투수에 못지 않았다.

 밴헤켄은 1998년 홀랜드고를 졸업하고 시애틀에 3라운드로 지명된 유망주였다. 2002년 디트로이트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완봉승을 거두며 차근차근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직구 스피드가 시속 140㎞에 그쳤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선 살아남지 못했다. 통산 성적은 5경기에 나와 1승 3패. 그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107승을 거뒀다. 마이너리그 AAA에선 최고였지만 메이저에서는 통하지 못하는 이른바, ‘AAAA급’ 선수였다.

 서른 살을 넘긴 그는 한국에서 야구인생을 꽃피웠다. 2012년 넥센에 입단한 밴헤켄은 그해 11승, 지난해 12승을 올렸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덕분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가다듬은 포크볼은 밴헤켄을 더욱 강력한 투수로 만들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사흘만 쉬고 선발 등판하는 빡빡한 일정에서도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지난 1일 넥센과 총액 80만 달러(약 9억원)에 재계약한 밴헤켄은 시즌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내 앨리나와 함께 돌아왔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팬들께도 감사 드린다. 지난 3시즌 동안 그랬듯 꾸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다 득표는 305표(95%)를 얻은 유격수 강정호(27·넥센)가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을 앞둔 강정호는 “감사합니다”는 짧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2루수 부문은 292표(91%)를 얻은 서건창(25·넥센)에게 돌아갔다. 서건창은 이날 지난해(9300만원)보다 2억700만원(222.6%)이 오른 3억원에 내년 시즌 연봉계약을 했다. 넥센은 홈런왕 박병호(279표)가 3년 연속 1루수 부문 수상자가 되면서 가장 많은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국민타자’ 이승엽(38·삼성)은 골든글러브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역대 최다인 9회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며 한대화·양준혁(이상 8회)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타율 0.308,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은 역대 최고령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면서 팀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다. 이승엽은 “올해 프로 20년째를 맞아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아빠였다. 아내에게도 고맙다”며 “10번째 수상을 기대하시는데 내년에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가장 치열했던 포수 부문에서는 양의지(118표·두산)가 수상자가 됐다. 2위 이지영(103표·삼성)과의 표차는 불과 15표였다. 3위 김태군(NC)도 100표를 얻었다. 외야수 부문에서는 최형우(삼성·230표)·나성범(NC·216표)·손아섭(롯데·203표)이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후보에만 4차례 올랐던 3루수 박석민(삼성)은 다섯 번째 도전만에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김효경·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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