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하천, 이대로 둘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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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충남 대덕군 갑천에 날아온 황새가 죽은 것은 경경오염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사건이다.
보다 우려되는 것은 하천 물은 야생조수뿐만 아니라 사람도 먹는다는 사실이다. 곧 황새의 죽음은 비단 희귀조보호의 차원을 넘어 인간보호의 측면에까지 경종을 울려준다.
문제가 된 갑천의 경우 상류의 대전, 대덕군, 대전공단 등지에서 흘러드는 하루 20만t의 폐수가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폐수는 어느 정도의 정수시설조차 거치지 않고 그대로 갑천에 방류돼 금강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화공약품, 분뇨찌꺼기 등이 맑은 하천을 죽음의 하천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갑천의 생물학적산소요구 량(BOD)은 일반하천의 기준치인 8PPM보다 25배가되는 2백PPM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피라미, 민물새우, 메기 등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같이 오염이 극심한 하천에서 황새가 살기를 바라는 것부터가 언어도단이다.
소 하천의 오염은 일찍부터 심각한 문제가 되어왔다. 수도권의 중랑천과 안양천은 이미 하천이 아니라 하수구로 변한 지 오래다.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소 하천의 오염이 이처럼 극심할 때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동 4대강의 오염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흔히들 큰 강의 중·하류만 오염이 심각한 줄 알지만 지류가 오염될 때 본류가 온전할 리 없다.
최근 환경청이 4대강의 오염을 표준지수로 평가한 결과 한강의 팔당하류, 낙동강의 상·중류, 금강의 대청댐하류, 영산강의 전체가 낙제점을 받았다. 이들 강물은 모두 자정능력을 잃었으며 강으로 흘러드는 도시의 생활폐수나 공단폐수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영원한 죽음의 강으로 흘려갈 뿐이다.
물도 자원이란 말은 귀가. 아프게 들어왔다. 문명이 강가에서 발생했고 도시가 강을 끼고 형성되는 것은 상식이다. 사람이 오염된 물을 마실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물을 더럽히는 산업시설조차 더러운 물은 공업용수로 쓰지 않는다. 수자원의 효율적 사용 못지않게 수자원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점에서 당국은 갑천의 오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수질오염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수자원보호는 물의 성질 그대로 오염의 근원부터 막아나가야 한다. 일단 오염된 강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막대한 투자와 노력이 들어 일을 보다 어렵게 만든다.
수질오염의 2대 원흉은 도시의 생활폐수와 공장폐수다. 이 오염된 폐수가 그대로 강에 흘러들지 않게 하는 것이 수질오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우선 폐수를 그대로 버리지 않고 공장별, 지역별로 정화시설을 갖추어 여기서 1차 정화를 거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경제건설과 갈등을 빚는 측면이 있겠으나 수질이 보전되지 못했을 때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늦지 않게 서둘러야한다.
이미 우리는 종말처리시설 등을 건설한 경험이 있고 이를 곳곳에 세워나갈 계획도 있으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좀더 강력한 오염규제대책이 서야할 것이다.
수질오염이 극심해졌을 때의 폐해는 이미 세계 각 국이 다 겪고 있다. 그것은 생태계를 파괴해서 동·식물의 멸종을 가져오고 사람에게도 온갖 공해병을 일으킨다. 또 그것은 기후조차 변화시켜 이상 기후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록 갑천에서 죽은 것은 희귀조 한 마리뿐이나 그것은 너무나 큰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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