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 읽기] '나와 똑같은 나' 가 존재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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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를 복제한다면
알린 주디스, 클로츠코 지음,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252쪽, 1만2000원

만일 당신을 복제한다면 어떨까. 당신과 똑같이 생긴 이가 '사본'이란 딱지를 달고서 존재한다면 말이다. 이제 복제는 더이상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던 소재가 아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복제는 현실 속의 문제가 됐고, 덩달아 파생되는 생명과 윤리의 문제는 이미 심각한 논쟁의 대상이다.

저자는 복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프랑켄슈타인과 스타워즈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적절한 예를 든다. 그래서 기존의 전문 과학서가 갖는 취약점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또 핵이식 과정과 치료용 복제세포의 순서 등을 각종 그림과 사진, 도표 등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덕분에 끝없는 유연성을 지닌 원료물질인 줄기 세포가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 또 줄기 세포로 인해 난치병과 노화에 따른 질병 치료가 왜 가능해지는지도 깨닫게 한다. 뿐만 아니다. 저자는 인간 복제의 가능성과 문제점까지 함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는 외양간에 갇혀 지냈던 복제양 돌리의 사망 원인이 폐감염 질환이 아니라 어쩌면 클론이라는 유명세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새롭게 열리는 생명과학의 시대에 무턱대고 열광하기보단 생명 윤리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조언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우리말 번역도 꽤 믿을만 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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