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컴퓨터로 아이들 상처 달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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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효수씨(左)가 서울체신청 주최 정보검색대회에서 상을 받은 아이들과 함께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순수한 아이들과 만나면서 제가 배운 게 오히려 많았습니다"

대학생 임효수(27.건국대 3년.소프트웨어 전공)씨는 자신이 하는 일을 '봉사'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에게 봉사는 남을 위한 배려가 아닌 '살아가는 재미'라는 것이다. "하루에 한두시간 더 공부한다고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도 했다.

임씨는 최근 두달 동안 서울 천호동 명진보육원에서 초등학생 20여명에게 디지털 앨범 제작법과 정보검색 기법 등을 가르쳤다.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인 '써니 IT봉사단'이 주선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가르치면서 가장 신났던 일은 7월 말 열린 서울체신청 주최 서울.경인지역 복지시설 초등학생 정보검색대회에서 자신의 제자들이 대상.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 등을 휩쓴 것이었다.

"수상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그 동안의 고생이 모두 사라졌어요. 마음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즐겁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음란 메일과의 전쟁, 그리고 100년 만이라는 무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음란 메일과 성인사이트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그는 아이들에게 강도 높은 인터넷 윤리교육을 시켜야했다.

"교육 첫날 컴퓨터를 구동하니까 성인 사이트의 팝업 창이 마구 뜨더라고요. 아이들 개인 메일에도 성인사이트 광고 메일과 바이러스 메일이 가득했어요. 적은 컴퓨터 담당 사회복지사들로서는 이 컴퓨터를 관리할 여력이 없고,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더위와의 싸움도 쉽지는 않았다.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마저 부족한 공부방은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기까지 더해져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한시간만 지나면 상하의가 모두 땀에 젖을 정도였지만 열의에 찬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자원봉사를 한 것은 2000년 군 복무시절부터다. 산간벽지의 주부와 노인들에게 IT기술을 강의하면서 가르치는 즐거움을 깨달았다고 한다.

임씨의 꿈은 돈이 없어 공부를 맘껏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 역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있는 터라 어려운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안다는 것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한글 자판 다루는 방법조차 몰랐다.

그는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을 남들에게 나눠 주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세상은 살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acirfa@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8월 26일자 종합 31면 '컴퓨터로 아이들 상처 달래죠' 기사 중 '명지대생 임효수씨'를 '건국대생 임효수씨'로 바로잡습니다.

*** 바로잡습니다

8월 26일자 종합 31면 '컴퓨터로 아이들 상처 달래죠' 기사 중 "서너 명에 불과한 보육원 사회복지사들로서는"을 "서너 명에 불과한 보육원 내 컴퓨터 담당 사회복지사들로서는"으로 바로잡습니다. 명진보육원에는 11명의 사회복지사 등 모두 22명의 직원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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