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노조시대] "우린 임금협상이 중요 중앙교섭 별 관심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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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장은 엉망인데 지금 중앙교섭해서 되는가. 파업지침을 내리면 지회장이 받아들이겠는가. 중앙교섭 치워라."

"조합원이 참여하거나 알 권리는 작아지고… 점점 관료주의에 물들어 가는 것 같다."

금속노조 소속 일부 조합원이 산별교섭에 나서기로 한 노조 집행부들을 비난하는 말들이다.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은 그동안 상급단체의 간섭으로 교섭에 어려움을 겪던 사측이 산별교섭을 아예 양성화하자는 차원에서 먼저 제의해 합의된 것이다.

그러나 노조 내부의 반응은 의외로 '전폭 지지'가 아니다. 금속노조 홈페이지에는 노조 집행부를 비난하는 조합원까지 생겼다.

이들은 금속노조 집행부에 "중앙교섭 결렬을 이유로 상급단체가 파업을 선언했을 때 과연 일사불란하게 동참시킬 수 있는 강제력을 지니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노조 집행부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이다.

조합원은 임금을 중시하므로 임금협상을 하지 않는 중앙교섭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지회나 지부별 교섭에 관심이 있을 뿐 중앙교섭 내용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또 조합의 공동요구안을 어떤 수준에서 타결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사업장 규모나 경영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난감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는 일부 조합원들 때문에 산별교섭이라는 큰 명분이 퇴색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계속 요구했던 산별교섭을 사측에서 기습적으로 제의해왔습니다. 이를 거부할 명분이 있겠습니까?"(금속노조 관계자)

그는 "우리 스스로 올가미에 걸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노동계 스스로 아직 산별교섭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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