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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터치] 불혹 맞은 대종상 영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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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불혹(不惑)을 맞는 대종상 영화제가 준비에 분주하다. 오는 9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서편제''마리 이야기' 등 해외영화제 수상작 포스터 전시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대종상 40주년 알리기에 들어간다.

대종상의 변신을 향한 관계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우철 집행위원장(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종상이 국민적 축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성장한 충무로와 달리 제자리 걸음인 대종상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집행위 측은 올해 달라진 대종상의 모습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예심 과정에 네티즌 1백여명을 참여시켜 공개적 축제로 탈바꿈시키고, 북한영화 '청자의 넋'을 개막작으로 초청해 민족의 화해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신위원장은 "감독.배우 등 북한의 영화인도 행사에 초청해 남북 화합의 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할리우드 스타 한 두 명을 초청해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할리우드 관련 일을 맡을 두 명의 프로그래머도 영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회견은 뭔가 미진했다. 보다 새로워지려는 집행위 측의 뜻은 십분 이해됐으나 구체적 방법론에선 일의 선후가 뒤바뀐 것 같았다.

과연 지난 한해 한국의 우수 영화(인)를 격려, 축하하는 자리에 굳이 할리우드를 들먹일 필요가 있을까. 신위원장 자신도 "잔칫집에 초청하는 수준이다.

큰 의미를 둘 게 없다"고 설명했으나 대종상 자체를 이벤트 위주로만 생각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남북 교류도 중요하긴 하나 굳이 대종상까지 '북한카드'를 넣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헝클어진 영화계를 정비하는 게 급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현재 대종상 자체를 반신반의하는 현직 영화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아쉬웠다.

신위원장이 "주요 부문을 제외한 일반 부문 시상자에게 미리 결과를 알리는 형식을 통해 참석률을 높이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그것으로는 수상자조차 종종 불참할 만큼 대종상에 무심했던 충무로 사람들을 껴안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였다.

왜 대종상의 에너지를 충무로 내부보다 외부로 돌려야 할까.

다음달 20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올 시상식은 '다행히' SBS를 통해 생중계된다(참고로 지난해엔 케이블 TV에서 방영돼 행사가 열렸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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