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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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길 한 평생」-. 우리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그리 흔치 않다.
손기정씨(마라톤강화위원장)는 7O평생을 오직 마라톤과 함께 보낸 외길인생이다.
스포츠사상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거인은 요즘 무척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있다.
『내 평생 마라톤을 한 것을 후회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야. 마라톤을 했던 선배로서 국민들 앞에 면목이 없어 무사 안일한 지도자나 선수, 모두 국민에게 사죄해야지.』 한국마라톤의 선구자이며 산증인으로서 지난 10월 31일 조일 마라톤에서 드러난 치부 때문에 얼굴을 들 수 없단다.
동시 골인이나 규칙위반으로 무더기 실격이 나오는 것은 도저히 마라토너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태극기대신 일장기를 달고 30분 벽을 깬 2시간 29분 19초 2라는 세계신기록으로 세계를 제패한 것이 평생 한이 되어 이 한을 풀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줄곧 국내마라톤을 지켜본 입장에서는 서글픔보다는 분노가 앞섰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자기 자신의 뼈를 깎는 인내와 끈기의 스포츠야. 이런 점에서는 우리민족성에 맞는 운동이기도 하지. 오직 신념과 의지만이 유일한 기록경신의 방법인데 요즘 후배들은 너무나 나약해.』
트레이닝복 하나 제대로 없어 겨울에도 삼베 팬츠에 신문지를 넣어 추위를 참아가며 연습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노 마라토너는 오늘과 같은 훌륭한 여건에서는 좋은 기록이 나와야한다며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 한다.
또 일선지도자나 선수들의 안일한 훈련방법이 국내마라톤의 퇴보를 가져오고 있다고 역설해 과학적인 훈련방법과 함께 스파르타식 훈련을 병행하고 지도자책임제도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육상의 모든 종목과 마찬가지로 마라톤도 기록경기야. 1,2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기록을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은 기록보다는 입상에 급급하고있어. 일선지도자들에게 목표시간대를 결정해주고 목표를 달성시키는 지도자와 선수를 입상자보다는 우대해주는 것도 국내마라톤 중흥의 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지.』
같은 동포인 북한선수들은 이미 14분대에 돌입했고 일본은 10분 벽을 돌파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느냐면서 국내 선수들도 「하면 된다」는 정신적인 자세가 촉구되고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못지 않게 마라톤 중흥에 필요한 것은 국내 스포츠팬들이 하루빨리 기본종목인 육상에도 큰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는 것도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36년 올림픽우승기념으로 가져와 모교인 양정고 교정에 심었던 월계수가 서울시 지방문화재로 지정되게 되었고 최근에는 자신의 마라톤인생을 역은 자서전집필까지 완료, 경사가 겸쳤으나 한국마라톤의 세계제패가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간절한 소망이라는 것이, 노 마라토너의 남은 소망이다.

<임병태 기자>

<마라톤 강화위원회 위원장>
▲1912년 평북 신의주 산 ▲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우승 ▲37년 양정고 졸 ▲40년 일본 명치대 법학과 졸 ▲48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60년 제17회 로마올림픽참가 ▲64년 제18회 동경올림픽참가 ▲65년 제5회 아시안게임선수단단장 ▲70년 국민훈장 모란상 수상 ▲74년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 ▲82년 KOC위원, 마라톤 강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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