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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냉장육 밥상 점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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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는 최근 스테이크용 고기를 냉동육에서 냉장육으로 모두 바꿨다. 고객들이 값이 좀 비싸더라도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주로 찾기 때문이다.

냉장육이란 고기맛을 살릴 수 있는 적정 온도인 0~4도에서 보관된 고기를 말한다. 그러나 냉동육은 동결점 이하 온도(영하18~24도)에서 얼린다.

값은 냉장육이 냉동육보다 20% 가량 비싸다. 마르쉐 신촌점의 오현 매니저는 "지난 2월 한달 동안 냉동육으로 만든 스테이크는 겨우 52개가 팔린 반면 냉장육은 2천7백여개나 팔렸다"고 말했다.

'냉장육 바람'이 거세다.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고객이 주로 찾는 냉장육으로 대체되고 있다.

주부 전섭조(61.서울 서초동)씨는 고기 반찬을 식탁에 올리려면 할인점 킴스클럽에 간다.전씨는 으레 이곳에서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을 산다.

전씨는 "1~2년 전부터 냉장육만 사 먹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냉동육은 맛이 없다고 외면해 값이 비싸더라도 냉장육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사라지는 냉동육=롯데백화점은 2000년부터 한우 냉동육 판매를 중단했다. 수입고기도 2년 전부터 냉장육만 팔고 있다. 다만 우족.사골.꼬리.잡뼈 등 부산물은 냉동으로 팔고 있다.

이 백화점에서 팔리는 육류 가운데 냉장육 비중이 이제는 90%가 넘는다. 5~6년 전만 해도 냉장육 비중은 30% 안팎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급속히 늘었다는 게 백화점측의 설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명절 갈비선물 세트도 냉동보다 냉장육을 찾는 추세"라며 "지난 설의 경우 30%이상이 냉장육이었다"고 말했다.

할인점에서도 값싼 냉동육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킴스클럽에서 판매되는 정육의 95% 이상이 냉장육이다. 팩으로 포장된 일부 삼겹살과 우족.사골 같은 제품만 냉동육으로 팔린다.

이 회사의 마창호 축산바이어는 "자체브랜드(PB)인 육림원 제품의 경우 99%가 냉장육"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한우 냉장육 비중이 72%에 달한다. 이마트는 올해 축산부문 매출액(4천억원)에서 냉장육 비중이 78.2%에 달해 3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도 한우 냉동육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명절 선물세트나 뼈 등만 냉동으로 팔릴 뿐이다.

◇'기능성 냉장육'까지 등장=냉장육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입맛에 있다. 냉동육은 도축 후 급속 냉동과정을 거치면서 유통기한이 냉장육에 비해 길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길면 수분이 증발돼 그만큼 맛이 떨어진다.

냉동육은 극저온에서 급랭하기 때문에 냉동 후 1년 이상 저장이 가능하다. 반면 냉장육은 진공포장을 했을 경우 유통기한이 30일에 불과하다.

냉장육은 구입 후 4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일반 가정에서는 냉장고의 문을 수시로 여닫기 때문에 온도 관리가 안돼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냉동육은 녹는 과정에서 고기즙이 흘러 나온다. 이 고기즙에는 단백질.비타민.무기물 등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영양 손실이 크다. 수분도 줄어들어 고기를 익혀서 먹을 때 퍽퍽한 느낌을 준다. 또한 냉동할 때 근육 세포가 파괴돼 육질이 손상된다.

이와 달리 냉장육은 해동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선하고 영양 손실이 없다. 고기맛을 유지하는 데 적당한 저온 숙성 냉장육은 유통기한도 짧아 당연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육질이 연한 것이 냉장육 인기의 비결이다.

고기는 도축 후 숙성 과정을 거쳐야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다. 하지만 냉동육은 바로 급속 냉동되므로 숙성 기간이 냉장육에 비해 짧아 육질이 질기고 맛이 없다.

최근에는 냉장육 가운데서도 기능성 냉장육이 인기다. 녹차 잎이나 황토.게르마늄.한약.인삼 등 특수사료를 먹인 '기능성 냉장육'이 해마다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현재 쇠고기의 경우 1백50여개, 돼지고기는 1백여개의 브랜드가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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