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人] 일본 스타된 우주인 노구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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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한 일본인 비행사 노구치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7일 미국 항공우주국이 공개한 전송 사진이다. [NASA AP=연합뉴스]

일본을 사로잡은 8월의 인물은 노구치 소이치(野口聰一.40)였다.

"지구를 400㎞ 아래로 내려다보면 나 자신이 별이 된 느낌입니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했던 일본인 비행사 노구치 소이치가 4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교신에서 한 말이다. 이번 일로 노구치는 일본의 스타가 됐다. 노구치가 사상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 수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소식은 격변기의 일본 정가 뉴스를 밀어내고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그 배경엔 "일본인의 장인 정신을 우주 공간에서 입증했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노구치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뉴스거리가 됐다. 그가 아침에 일어날 때 그룹 스마프의 히트곡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들으며, 우주선에서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에 컵라면을 말아 먹는다는 등.

9일에는 그의 모교인 도쿄 인근 지가사키의 사립중학교에 시장을 비롯한 1000여 명이 몰려 대형 화면으로 그의 지구 귀환을 숨죽여 지켜보기도 했다. 노구치는 귀환 기자회견에서 "내일 다시 우주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들은 노구치의 집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디스커버리호 승선이 결정된 이후 4년 동안 힘든 훈련을 다 소화해 냈다. 중력과 압력을 우주 공간과 같게 만들어 놓은 '우주 풀'에서 360시간 유영 훈련도 받았다. 정해진 시간보다 10배나 많은 고강도 훈련이었다. 세 차례에 걸쳐 20시간의 우주 유영을 해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는 도쿄대에서 항공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초음속 여객기 엔진 개발에 종사하다 1996년 우주비행사로 선발돼 미국.러시아 등에서 훈련을 받았다.

노구치는 일본인으로서 다섯 번째 우주 비행을 했다. 그의 뒤를 잇기 위해 여성을 포함한 세 명이 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 20m가량의 금속 밧줄에 의지한 채 우주 공간에 몸을 던져 임무를 수행하는 유영은 97년 도이 다카오(土井隆雄)에 이어 두 번째다.

한편 일본은 현재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2월 7호기 발사에 성공한 대형 로켓 H2A 개발이 대표적 사례다. 2007년엔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일본 연구동을 설치할 예정이다. 일본에선 우주비행사의 인기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못지 않다. 사립 명문 게이오대학은 의학부 출신의 우주비행사 무카이 지아키(向井千秋)를 신입생 모집 광고의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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