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오이지가 왜 제 맛이 안 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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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여름 무더위로 입맛이 떨어졌을 때 오이지만한 반찬이 있을까. 시원한 국물과 함께 짭조름한 오이지를 아삭아삭 씹어먹으면 입맛이 절로 살아난다. 어떤 사람들은 고추장을 찍어 매운 맛과 짠 맛의 오묘한 조화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오이지 담그기가 쉽지 않다. 채 먹기도 전에 다 물러서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면 이처럼 속상한 일이 없다. 주부들의 오이지 담그는 실력이 줄어들었나?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시중에 파는 오이가 대부분 비닐하우스 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열심히 담가도 노지 재배한 것과 달리 일찍 물러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오이로 맛있는 오이지를 담근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비법을 살짝 공개하면 이렇다.

① 큰 김장용 비닐봉지에 오이를 나란히 놓은 뒤 소금을 한 주먹 뿌린다. 그 위에 오이를 나란히 올려놓고 또 소금을 뿌린다. 이런 식으로 오이에 소금을 뿌려 층층이 쌓아 올린다. 마지막 맨 위에는 소금을 많이 하얗게 뿌린다. 물은 절대 넣지 않는다.

② 절인 오이 비닐봉지를 꽁꽁 끈으로 묶은 후 큰 돌멩이로 꽉 눌러놓는다. 돌은 무거울수록 좋다.

③ 2~3일만 지나면 봉지에 공기가 차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물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비닐 속의 공기만 몇 번 빼주고 돌멩이를 다시 꽉 눌러놓는다.

④ 점점 황금색 물이 고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골마지(맛있는 곰팡이 같은 물질)가 피어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골마지는 맛있는 것이므로 절대 걷어내면 안 된다.

⑤ 공기만 몇 번 빼주면 깜짝 놀랄 만큼 자체적으로 물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이가 물에 완전히 잠기면 큰 용기에 옮겨 담고 햇빛이 없는 곳에 보관한 뒤 돌멩이를 계속 눌러 놓고 먹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항상 아삭아삭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오이지가 된다.

김숙진(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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