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공격 선봉 굳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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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활약이 눈부시다. 박지성은 20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퍼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스톤 빌라와의 2005~2006시즌 홈 개막전에서 뤼트 반 니스텔로이.웨인 루니 등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13일 리그 개막전에 이은 2경기 연속 선발 출장.

이날 박지성은 골을 넣지는 못했다. 그러나 후반 13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교체될 때까지 58분간 왼쪽 공격수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벼 홈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전반 27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때린 강력한 오른발 슛은 골이나 다름없다는 평가였다. 골키퍼 손끝을 스친 뒤 크로스바에 맞아 아쉽게 데뷔골을 놓쳤다. 맨U는 후반 20분 반 니스텔로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현지 언론은 박지성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에게 루니.호나우두와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평점 8점을 부여했다. 결승골을 넣은 반 니스텔로이는 7점이었다.

신문은 "넘치는 에너지로 충만한 박지성이 팬들을 열광시켰다. 크로스바를 맞힌 슛은 골과 다름없다"고 썼다. 박지성이 맨U의 '아시아 마케팅'을 위해 영입됐다는 주장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데일리 미러'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라이언 긱스는 더 이상 정규 멤버가 아니며, 박지성이 루니.호나우두.반 니스텔로이와 함께 맨U 공격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웨일스 출신의 긱스는 박지성과 같은 포지션을 맡은 경쟁자다.

한편 홍콩의 유력지 '명보'는 20일 2개 면에 걸쳐 박지성 특집을 게재했다.

명보는 '촌놈이 만인의 우상이 되다(鄕下仔 變萬人迷)'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지성이 어떻게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스타로 발돋움했는지 집중 조명했다. 명보는 지난 14일 맨U가 박지성을 홍보하는 전면 광고를 실은 신문이다.

명보는 박의 중.고교 시절을 소개하면서 "그의 별명은 '지독한 촌놈'이었다. 최신 머리 스타일이 유행해도 그는 항상 투박한 스타일만 고집했고 묵묵히 축구에만 전념했다. 중학교 시절 키는 1m61㎝, 다 커서도 1m75㎝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약점을 노력 하나로 이겨냈다"고 썼다.

"볼 거라곤 성실성과 노력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그를 발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명지대 김희태 감독의 말도 전했다. 가수 비와 장나라가 박지성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과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 박의 군대 생활까지 소개했다. 명보는 박지성이 "어떤 대스타도 갖지 못한 '겸손함과 노력'이라는 진정한 실력을 갖췄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박지성이 맨U가 가장 아끼는 차세대 스타로 우뚝 섰다"면서 박지성의 말을 전했다.

"내가 스타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선수는 언젠가 다시 쇠락하게 돼 있습니다. 성공의 비결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유럽에서 2년 동안 체득한 겁니다."

성호준 기자,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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