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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탤런트 옷차림 지나치게 화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TV드라머는 줄거리보다는 탤런트의 용모에 마음이 쏠려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는게 특색이다.
탤런트가 화려한 차림으로 인기를 모으려는 것은 영상메시지에 대한 시청자나름의 이런 「향수심리」를 겨냥한데 있다. 그런데 KBS제2TV의 『세자매』는 세미녀들의 차림이 흡사 패션쇼를 연출하는것같아 못마땅하다.
셋집에 살며 세탁일을 도와 수입을 생활에 보탤 옹색한 집안평편이면서 세딸이 경쟁하듯 갈아입는 옷들은 최신유행의 값진 것들이어서 눈살이 찌푸러진다.
경쟁은 치장이나 멋으로써가 아닌 연기의 대결로 할때 극의 흐름에도 맞고, 배역에 어울리는 차림일때 시청자의 관심도 깊어간다.
사극도 마찬가지다. 양반부인들도 성생활의 감정은 억제하도록 배웠다. 그래서 장식미는 사내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창부미로 보아 잔치때 말고 부인네가 단장을 하면 음탕스럽다고 흉이 되었다.
흔히 보는 대가집 시어머니까지 호장저고리차림의 호사로운 분장은 그시대의 예속에 벗어나 옳지 않다.
그러나 KBS제2TV의 『아내』에서는 연자(유지인분)의 차림은 유행이 지난 옷들인데도 정갈스러워 연기를 돋보이게까지 하는데 분장에 좋은 참고가 될것같다.
○ KBS 제1TV의 『비밀의 커튼』이 거슬리는건 우선 TV출연에 모양이나 멋부터 부려 보자는 일부의 그릇된 자세다.
지난 21일의 경우 요란스런 헤어스타일이나 어색스런 안경차림이 겉멋만 풍길뿐 이른바「박사」다운 지혜나 재치는 띠지 않으니 역겨움만 깊게했다.
처녀들이 돈을 벌려고 면도사노릇까지하는데 직업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 있었다면 솜씨를 익혀 남편의 면도를 해주겠다는 헛소리나 장난기섞인 면도질 놀음은 하지 않았을 것같다.
또 10여만장의 응답엽서에 고작 5장의 선물로 떼우는 것도 공연히 응답자의 마음만 들뜨게 할듯 싶고 오래전에 없어진 일본말 찌꺼기인 「언도」라는 말이나, 「무려」하면 될것을 「물경」이란 어려운 표현을 쓴 진행자의 말씨도 고운말 바른말을 쓰자는 추세에 역행한 잘못이었다.
○…MBC-TV의 「4천만의 경제』가 지난 22일다룬 우리생활과 가구에 관한 문제들은 내용이 불만스럽다.
첫째로 한여름에 제작한 것을 서리내리는 늦가을에 와서 다룬 이유가 무엇일까.
심층취재로 다각적인 분석인듯 하지만 취재기자의 설명이 특정가구 제조업체의 의견을 옮긴 인상이 짙고 화면도 지방의 사정까지 담은건 좋았으나 중복되거나 특정업체의 상품을 필요이상으로 내세운 흠이 컸다.
우리 생활문화에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것이고 관념 또한 독특하다.
이사하는데 불편스럽다거나 생활공간때문에 미국인들처림 기능위주의 붙박이식가구를 쓰자는 주장은 전통적인 문화감각을 너무 소홀히 본 까닭일 것이다.
분수에 맞는 살림을 하자면 모르되 가구제조에까지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자칫 밥짓는 일에까지 간섭을 바란다는 말이 나올까 겁도 난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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