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희망 실은 여름캠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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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타트 마을 어린이들이 여름방학 막바지에 신나는 캠프 활동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캠프 참가는 엄두를 내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위 스타트 정선마을 어린이들은 과학캠프에 참가해 과학자의 꿈을 키웠고, 경기도의 일곱 개 위 스타트 마을 아이들은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꼬마 박지성'으로 변신하는 즐거움을 맛봤다.

"로봇 만드는 꿈 이룰 것 같아요"
가정 어려운 초등생 80명
과학캠프서 마음껏 실험

▶ 과학캠프에 참가한 위 스타트 강원도 정선마을 어린이들이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아 거북선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

"5층 높이에서 떨어뜨린 달걀이 깨지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내보세요."

개구쟁이들에게 '달걀 구하기' 특명이 떨어졌다. 주어진 도구는 플라스틱 빨대 한 꾸러미뿐이다. 두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기기묘묘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빨대를 엮어 배 모양을 만들고 그 속에 달걀을 끼워 넣은 영미(가명.11)는 가슴 졸이며 떨어지는 달걀을 지켜봤다. 대부분의 달걀이 깨졌지만 자신의 것은 멀쩡하다는 걸 확인한 영미는 환호했다.

위 스타트 정선마을의 4~6학년생 80명이 16일 강원도 원주 '동서울 레스피아'에 모였다. 듀폰이 후원하고 파랑새 열린학교가 주관한 2박3일짜리 여름 과학캠프다. '달걀 구하기' 외에 임진왜란 때 첨단무기였던 비격진천뢰 모형을 만들고 다양한 실험을 했다. 캠프에 참가한 정운구(45.예미초) 과학담당 교사는 "시간과 돈 문제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실험들을 아이들이 해볼 수 있었다"며 반가워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과학 실험이나 만들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아이들에게 이번 캠프는 호기심과 자신감을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과학자가 돼 로봇을 만드는 게 꿈인 영원이(가명.10)는 '진동카 만들기' 실험을 한 뒤 "내 손으로 '움직이는 물건'을 만들었으니 언젠가는 로봇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원주=이충형 기자<adche@joongang.co.kr>

"잔디밭서 공 차니까 신나요"
경기도 초등생 116명
차범근 축구교실 참가

▶ 경기도 일곱 개 위 스타트 마을에서 온 어린이들이 차범근 축구교실 캠프에서 축구시합에 앞서 댄스로 몸을 풀고 있다. 김형수 기자

"앞에 뒤에, 앞에 뒤에, 앞발짝, 뒷발짝…."

17일 오후 충남 천안시 흑성산 자락에 자리잡은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내 실내체육관. 클론의 '월드컵 송'에 흥이 오른 아이들은 레크리에이션 댄스강사가 익살맞게 동작을 이끌어 나가자 웃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진행자가 "이제부터 운동장으로 나가 축구대항전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자 "와"하는 함성이 터졌다.

수원.성남.안산.광명.군포.고양.양주 등 경기도 내 일곱 개 위 스타트 마을 어린이들이 활짝 웃었다. 이들은 경기도와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차범근 축구교실이 합작한 여름 캠프 'Pride of world! 꿈은☆이루어진다!'에 참가했다. 16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된 이 캠프의 참가자는 모두 116명. 초등학교 4~6학년 남자아이들이 뽑혔다.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축구대회. 한 팀 일곱 명, 전.후반 6분씩 천연잔디 구장에서 지역별 토너먼트로 진행됐다. 안산시 원곡동에서 할아버지.할머니, 몸져 누운 아버지와 함께 사는 동호(가명.10)는 "잔디밭에서 축구시합을 하니까 환상적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000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경수(가명.12)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캠프에서는 축구 외에 수영.스네이크 보드.캠프 파이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천안=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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