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배당 … 주주친화기업에 답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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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주친화정책 수혜주에 주목하라.’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 소득 증대 3대 패키지’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서 증권가는 수혜주 찾기에 관심이 높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배당 확대 정책이 시행되면 기업의 배당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 주주친화정책 관련 기업들의 투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은 워낙 배당성향이 낮기 때문에 이번 배당 관련 세법 개정안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한국의 배당성향이 현재 13%에서 25%까지 높아지면 코스피의 적정가치는 2200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노근환 연구위원도 “가계 소득 증대 3대 패키지가 원안 그대로 통과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확인했다”며 “특히 배당·자사주 매입 등 기업들의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보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봤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해당하는 기업은 주로 대기업에 한정돼 있다. 더욱이 올해 기업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돼 배당을 줄 이익도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대주주들이 자신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연구위원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중소형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AK홀딩스·CJ 등을 추천했다.

 잘 고른 배당주는 배당수익과 함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주주친화정책 수혜주로 기업은행·SK텔레콤·삼성전자를 꼽았다. SK텔레콤은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연말 예상 배당수익률이 3%를 넘고, 기업은행은 정부 지분율이 높아 정부가 주도하는 배당 증대에 순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배당 확대 정책과 자사주 매입 수혜주로 꼽았다. 신한금융투자 류주형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으로 투자기대감이 높아졌고,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배당 여력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주친화정책에는 자사주매입도 빼놓을 수 없다. 배당이 기업 이익을 현금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라면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떨어지는 걸 막는 효과를 낸다. 올해 11월 말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자사주 취득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2011년(2조1000억원)이후 최대 수준이다.

노근환 연구위원은 “최근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고 있다”며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기업의 주가는 상승여력이 높다”고 말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선 현금 배당의 보완재로 자사주 매입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 것”이라면서 “자기주식 취득 공시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앞으로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삼성전자·현대모비스·기아차·농심 등을 꼽았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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