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커스 등 진보 프로가 KBS 사상 최대 적자 한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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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디어 포커스' 등 진보 성향의 프로그램이 일부 시청자의 등을 돌리게 해 KBS 적자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의 주장이다. KBS 감사팀은 이 같은 내용을 3월 말 이사회에 보고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최근 이 보고서를 입수해 언론에 공개했다. KBS는 지난해 638억원이란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감사팀은 보고서에서 "'미디어 포커스' '인물현대사' 등 진보적 성향의 프로그램들로 인해 KBS의 주 시청층인 보수 성향의 시청자들이 KBS를 멀리하게 되었고, 이는 보수적인 광고주들의 선호도 저하로 이어졌다"면서 "(이 때문에) 전반적인 시청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광고 점유율은 증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팀은 특히 적자의 원인과 책임이 최종적으로 경영진에 귀속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 인식이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감사팀은 경영진의 무리한 예산 편성, 비효율적 제작비 관리, 임금 인상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적자의 주 원인은 광고 하락 등 외부에 있다는 경영진의 주장과 어긋나는 부분이다.

감사팀은 구체적으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비 비중이 큰 사극 '불멸의 이순신'과 '해신'을 동시 편성한 점은 문제라고 밝혔다. 또 '불멸의 이순신'의 경우 이전 '무인시대'에 비해 주당 2억1000만원이 넘는 제작비가 더 투입됐다는 것이다.

최근 내부 보고서가 잇따라 외부로 유출된 데 대해 KBS PD협회는 17일 강동순 감사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8일 KBS가 부실경영의 원인을 알기 위한 각종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KBS 결산심사를 보류키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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