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 쳐봐" 변화구 달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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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 변화구의 시대가 열렸다.

시속 1백50㎞를 넘나드는 강속구는 던질 능력이 없지만 대신 타자 앞에서 춤을 추듯 흔들리는 변화구를 구사하는 기교파 투수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힘'대신'머리'로 승부하는 이들의 성공시대는 보통 체격을 가진 대다수 '보통 투수'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그 선두에 '싱커의 대가' 전승남(LG)이 있다. 공인(?)된 키 1m78㎝보다 실제로는 더 작아 보이는 전승남은 올해 14경기에 등판, 29와3분의1이닝을 던지는 동안 한점도 내주지 않았다. 방어율이 0이다.

7일 현재 3승무패, 2세이브로 승률 1백%를 기록 중인 전승남에게는 그의 이름을 빗대어 '전부 승리하는 남자'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전승남의 주무기는 가라앉는다는 뜻의 싱커(sinker)다. 오른손 투수의 경우 싱커를 던지려면 검지와 중지로 실밥을 잡고 던지는 순간 검지 쪽에 힘을 주면 된다.

그러면 공이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회전이 걸리면서 타자 무릎 쪽으로 떨어진다. 타자가 치려는 순간 공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살짝 떨어진다. 타자의 방망이가 헛돌거나 배트 아래에 맞는 수가 많다.

그래서 주자가 있을 때 병살타를 유도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1999년 팔꿈치.허리 부상으로 4년여를 2군을 오갔던 전승남은 프로 7년째인 올시즌 들어서는 1백10㎞대의 싱커로 상대 타자를 농락, LG 불펜의 든든한 보루로 자리잡고 있다.

전승남의 뒤를 이은 방어율 2위(1.53)에는 '포크볼의 달인' 이상목(한화)이 올라있다. 그 역시 '부상 병동'으로 불릴 정도로 몸이 안좋았던 과거의 악몽을 떨쳐내고 있다.

포크(fork)볼은 검지와 중지를 넓게 벌려 여기에 공을 끼운 모습이 음식 찍어먹는 포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의 회전을 최대한 억제해 던지는 포크볼은 공기의 저항에 민감하며, 직구처럼 날아가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상목은 주무기인 포크볼에 겨울캠프에서 숙달시킨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4승1패로 현재 팀내 최다승 투수로 랭크됐다.

이 밖에 방어율 부문 8위(2.43)인 최상덕(기아.3승무패)의 슬라이더, 9위(2.54)인 최원호(LG.1승무패)의 파워커브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기교파 투수의 강세를 몇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우선 이들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대 타자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고, 목표 지점에 정확히 공을 던지는 뛰어난 제구력을 갖추고 있으며, 변화구를 결정구로 쓰기 위해 과감한 몸쪽 승부를 즐긴다는 점이다. 게다가 타자들이 파워 피처에 대비해 아래로 깎아치는 스윙으로 타격 폼을 많이 바꾸면서 대신 변화구에 약한 면모를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7일 벌어질 예정이었던 잠실.사직.수원.광주의 여섯경기는 비로 취소돼 8일 오후 2시부터 전구장에서 더블헤더로 열리게 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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