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사건 항소심재판장 박만호 부장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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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판은 주위에서 아무 소리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정한 행위가 있다면 재판부가 물론 책임을 져야겠지요.』
이철희·장영자부부 어음사기사건의 합소심 재판장인 서을고법 형사2부 박만호부장판사(42)의 찻마디는 단호하기 그지없다.
언론이 너무 떠들썩하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했다하여 변호인들이 1심에서 「여론재판」을 하지 말아달라고 변론한 것에 대해 쐐기ㄹ,ㄹ 박겠다는 태도다.
『이 사건을 배당받고 한달간 기록을 검트했읍니다. 항소이유서도 접수되는대로 정독했어요회 수사과정이나 1심재판과정에서 신문을 자세히 읽지 않아 이사건을 잘모르고 시작한것이 큰 다행입니다.』
박부장판사는 합소심을 맡을 운명이었는지 전에는 이사건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때문에 선입견을 갖지 않아 기록을 읽을 때마다 모든 것이 새로와 재미있더라고 했다.
그는 서글서글한 눈매와 부드러운 말씨로 누구나 접근하기가 쉽지만 재판에 임해서는 절대로 소신을 굽히지않는 「곧은 법관」으로 유명하다. 또 강직한 생활태도로 재판밖에 모르는 「법관을 하기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손꼽힌다.
『운이 좋았는지 판사생활 20년간 사회에 큰 물의가 있었던 여론화된 사건은 해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법관이 여론을 의식하게 되면 재판이 가장 괴롭고 어려운 작업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도 순수한 마음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판은 해봐야 아는 법이지요. 옆에서 보는것과 기록을 보며 직접 재판하는 것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미리 뭐라 말할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건강이 안좋다는 피고인도 있고해서 빨리 진행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누구의 주장도 가로막지 않고 모두 듣겠다는 것이 재판부 3명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에 진행하고 필요하면 중간에 특별기일도 넣겠다고 했다.
구수한 경상도사투리의 억양으로 질문에는 답변을 빼놓지 않으면서도 막상 「깊은속마음」은 드러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골프는 체질에 안맞는 것같아 10년째 테니스를 즐기고 주말이면 가족과 등산을 다닌다.
경북 의성이 고향. 경북고(56년) 서울대법대(62년) 출신으로 61년 재학중에 고등고시13회에 합격했다. 육사를 자퇴한 경력이 특이하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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