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남씨 수상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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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극일 상징 작품…거북선 고증하려고 전국 돌아
『장이 (장인) 가 겪어야하는 운명 때문에 가정을 제대로 들보지 못하고 재산까지 탕진해버린 한(한) 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습니다.』
88올림픽상품개발 전국공예품경진대회에「거북선 생활용기」를 출품, 다른 3천4백32개의작품을 물리치고 영예의 대통령상 수상자로 뽑힌 나전칠기 공 정종남씨 (43·경남 충무시 도남동425) 는 수상소감을 이같이 털어놨다.
정씨가 나전칠기에 입문하게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25년 전 2년제 전문대학인 부산상선학교 l학년 때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정씨는 충무시 항남동 도립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옆을 지나다 한 기능공이 꽃병을 제작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매혹돼 넋을 잃고 구경하게 됐던 것.
정씨는 결국 가족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학업을 포기, 이 양성소에 입학원서를 냈다.
2년 간의 수료과정을 마친 정씨가 다시 연구생으로 2년, 지도강사로 2년을 보내는 동안 그의 작품은 독창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작품으로 변했다.
『내 작품을 보고 값이 얼마냐고 묻는 사람에겐 상대도 해주지 않는다』는 정씨는 이후나전칠기공의 길을 외곬으로 걸어왔다.
정씨가 이번 수상작품인『거북선 생활용기』를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도 남다른 데가 있었다.
지난 7월부터 극일을 상징하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래 거북선의 고증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진해시에서 마음에 드는 모형을 발견했다.
정씨는 이순신 장군이 감옥에서 풀려나 돌아왔을 때 남아있던 12척의 거북선을 본 떠 보석함·향함· 담배함· 조미료 통·컵·쟁반 등 아름다운 나전칠기작품을 만들어 탁상용 전등과 차임벨 등을 곁들였다.
정씨는 나전칠기에 칠하는 방법에 대해 『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것 칠을 말리는 시간과 칠의 농도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며 작품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충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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