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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사회」뒤이어「과학사회」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구미에선 요즘『역사는 자유롭다』라는 책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프랑스의「지스카르-데스탱」전 정부에서 내무상을 지내고 지금은 유럽의회 의원인「미셸·포니아토프스키」가 쓴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사회가 곧 와해되고 본격적인「과학사회」가 온다는 전제아래 새 사회의 구조와 의미 등을 분석하고 있다. 월드프레스뉴스 지에 실린 저자와의 회견기사를 소개한다.
-최근에 발간된 『역사는 자유롭다』라는 책에서 귀하는 산업시대가 끝나고 과학시대가 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렇게되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형태의 문명은 끝난다는 얘기인가요.
▲내 책의 주제는 우리가 살아온 산업사회의 모든 확실성이 와해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각종이념과 경제이론, 그리고 전통문화의 붕괴를 목격하고있습니다. 붕괴이유는 우리가 갖고 있는 뭇 가설들과 학설·종교가 모두 19세기 산업사회에서 생겨난 것인데 산업사회가 이제 끝장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마르크시즘이나 자본주의는 19세기의 이념들이며 이 두 이념이 추진력을 제공했던 각종 제도들은 현 경제상황이나 우리가 접어들고 있는 과학시대엔 더 이상 타당성이 없는 것입니다.
-왜 그런 변화가 오게 됐습니까.
▲2백년 전 우리는 농업시대에서 산업시대로 옮겨왔습니다. 산업시대는 광물질 연료로 움직이는 기계의 사용으로 인간과 동물의 힘을 극대화함으로써 이뤄졌죠.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다시 옮겨가고 있는 과학사회의 특징은 컴퓨터화 한 정보와 레이저광선, 원자력 및 로봇 등 첨단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컴퓨터는 분석·종합·기억의 능력을 갖고있어 인간의 지적수용력을 확대해 줍니다.
과학시대의 모든 기술적 발전은「아인슈타인」의 예지에서 싹이 돋아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비논리 물리학은 1930∼1935년대에「아인슈타인」이 정립한 상대성 원리와 양자 논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켰어요.「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사이의 상대성을 규정했지만 오늘의 비논리 물리학은 사물간의 상대성을 규정했어요.
그래서 시간과 공간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관련해서 이해되는 사물도 상대성을 갖게된 것입니다. 이것은 곧 2 플러스 2는 이제 4가 아니라 언제나 4보다 많다는 것, 곧 진실보다 무엇인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변화의 또 다른 측면은 속도입니다.
-발명품을 현실에 응용하는데 드는 시간 단축이 되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지요. IBM이 컴퓨터를 처음 개발한 것이 1944년인데 우리는 이미 제5세대의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폰·브라운」이 V-1과 V-2 로키트를 발사한 것이 1942년인데 인간이 그것을 타고 달에 도착한 것은 1969년입니다. 27년 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핵분열을 실험한 것이 1942년인데 이미 우리는 핵융합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런 모든 과학발전의 가속화는 컴퓨터화 한 정보의 덕분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나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인류사회에 밀려오는 새 기술의 충격에 우리가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산업시대에는 그 충격이 완만하게 밀려왔는데도 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거부반응과 위기와 혁명을 겪었습니다. 산업화사회는「대량」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서비스·대량주택 등….
그러나 과학시대는 이 과정을 역전시키고 있습니다.
로보트와 기계가 사람의 역할을 대행함에 따라 회사는 텅 비어지고 있습니다.
경영진도 이제 섬세한 장비를 동원해서 전문화된 목표를 지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성향까지도 개별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양복도 컴퓨터를 사용해서 개인 맞춤으로 생산할 수 있게됩니다. 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DNA연구로 특정개인의 유전자 구성에 맞추어 예방의술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개개인의 요구와 잠재의식까지 파악해서 그걸 일일이 충족시킬 수 있는 제5세대 컴퓨터도 1990년까지는 완성될 것 같습니다.
-과학시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사회에 큰 변혁을 가져올까요.
▲산업시대에서는 권력이란 회사비밀이나 국가기밀과 같은 소수가 장악한 특수정보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그게 달라져요. 컴퓨터화 한 정보는 모두의 정보가 됩니다. 나는『역사는 자유롭다』에서 『정부기구는 축소되지 않으면 죽는다』고 썼습니다. 정보의 컴퓨터화는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감시를 더 쉽게 만들 것이며 그 과정은 분산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산업사회가 남길 유산은 무엇입니까.
▲산업문명의 추진력이었던 마르크시즘과 자본주의는 과학시대를 맞아 완전히 쓸모 없게 되고 전혀 다른 사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의 유산은 우리의 사고나 정치생활에 대한 감수성에서조차 쓸모 없게 됩니다. 인간성은 영혼과 육체의 균형 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영혼이 원래의 뿌리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관은 본질적으로 농경사회에서 가장 안주할 수 있었는데 산업사회는 인간을 반은 인공적인 세계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인간이 행복했느냐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종교가 아직 활기를 갖고 있는 곳은 모두 농경지역입니다. 이슬람교가 강력한 것도 이 종교가 농경사회의 종교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종교가 산업사회에서는 시들었습니다. 과학시대가 오면 인간이 자기 뿌리로부터 더 멀리 벗어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더 외로워 질 것입니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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