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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부분 건너뛰어 직접 연결|관상동맥 우회수술|국내성공률 높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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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관상동맥 우회술.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한 이름이 될지 모르나 관상동맥이상으로 인한 협심증환자에게는 폭음과도 같은 새로운 수술요법이다.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어감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관상동맥질환자가 점차 증가되면서 이 수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수술테크닉도 크게 향상되어가고 있다. 최근 연세대의대 홍필훈박사(외과)팀은 4개의 우회로 동시작성에 성공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또한번 개가를 올렸는데 홍박사로부터 관상동맥우회술에 관한 설명을 들어본다.
인체발전기로 불리는 주먹만한 크기의 심장은 근육덩어리로 되어있다. 이 근육이 일정한 리듬으로 수축·이완하면서 펌프작용을 해 피의 순환을 시켜주는데 이러한 일을 하기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바로 관상동맥으로 이동맥은 심장의 근육에 영양 (혈액과 산소)을 공급하는 파이프(혈관)인 셈이다.
만일 이 혈관의 어느 한곳, 또는 몇군데에 지방이 달라붙어 좁아지든지 막히게 되면 혈류량부족으로 심장기능이 약화되어 허혈성 심장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협심증으로 40∼50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심장질환이다.
계단이나 경사진 길을 오를때 또는 운동후나 무거운 물건을 들때, 회의·연실·음주·흡연·청소·세면·배뇨·목욕등으로 심장작업량이 늘어날때 완만하고 끈질긴 가슴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 관상동맥을 흐르는 혈액부족에서 생기는 협심증의 주요증상이다.
가슴이 죄는듯 압박감을 느끼며 점차 어깨·목·주로 왼쪽팔에 파급되는데 이같은 통증은 급성소화불량이나 신경통·담석증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이들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게된다.
이같은 관상동맥질환은 특히 육식을 즐기는 서구인에게 많아 미국의 경우 10만명당 사망률은 2백45·2로서 결핵이나 당뇨병·고혈압등 다른병에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망률이 높으며, 수술환자도 연간 10만명이상으로 의학적으로는 물론, 사회경제적인 주요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병이 서구인에게 많은 것은 육식을 좋아하는 식생활의 탓이 아닌가 여겨진다. 즉 육류에는 콜레스테롤이라는 일종의 기름끼가 많아, 이것이 혈관안쪽벽에 달라붙어 혈관이 두터워지면서 딱딱해지고 탄력성을 잃게 되어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인에게는 그다지 많지는 않으나 식생활의 서구화 경향과 진단방법의 발달로 이러한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실제로 일본에 사는 일본인보다는 미국에 사는 일본인에게 관상동맥질환자가 많아 식생활과의 관계를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상동맥 질환에 관심을 갖고 진단을 위한 관상동맥조영을 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관상동맥질환자의 증가추세를 뒷받침하는 것이라 하겠다.
치료는 크게 내과적방법과 외과적 방법으로 나눠진다. 종래에는 협심증치료가 거의 내과전문의의 소관이었으나 수술방법의 발전으로 외과적인 방법도 주요 치료법으로 합류되고 있다.
내과적방법이란 혈류량을 늘리기 위한 관상동맥확장제와 항응혈제·고지혈증치료제등의 약물, 즉 니트로 글리세린, 인데랄, 칼슘길항제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수술요법인 관상동맥우회술이란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혈관대신 새로운 혈관을 새로 부착해 대동맥에서 막힌 혈관까지 직접연결, 혈액이 우회적으로 순환하도록 하는 일종의 혈항개선수술인 셈이다. 예를 들면 어떤 도로가 중간지점의 이상으로 통행이 안될때 우회도로를 만드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관상동맥질환자가 모두 수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과적인 약물투여로도 효과를 못보는 환자중에서 수술적응력이 높은 사람에게만 시행하게된다.
환자의 병력이나 증상, 가슴사진, 심전도, 심장부하시험, 관상혈관 조영등의 결과를 종합하여 이상이 있는 관상동맥의 위치·수·그 정도를 파악한후 수술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새로운 혈관이 될 우회용 혈관은 환자의 좌측 넓적다리 대복재정맥을 약 30∼40㎝ 분리,끊어내서 사용하는데 연결된 우회로의 수에 따라 1∼4회로 등으로 부른다.
홍박사팀은 77년 첫수술을 실시한후 지난해까지 5년간 8건을 시행했으며, 금년에는 9월현재 9건을 시행했는데 그중 4회로 우회술이 5건이다.
홍박사는 이 수술의 목적은 협심증 치료와 심장기능의 호전, 그리고 생명의 연장에 있다고 말하고, 좋은 수술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술과 엄격한 환자선택·면밀한 수술 전후처리가 요청된다고 말하고 있다.
수술시간은 회로수에 따라 다르나 2시간 내외가 소요되며 수술사망률은 예전보다 크게 감소되어 1∼2%정도. 정상기능을 회복하는데는 한달정도가 소요된다.
『그후는 협심증이 해소되기 때문에 3개월정도 지난후부터 운동이나 성생활등을 정상인과 똑같은 생활을 할수 있다』는 것이 홍박사의 설명이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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