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사회의 3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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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5공화국 정부의 과제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할 때 우리는 서슴없이 「의식개혁」사업을 들수 있다.
그것은 우리민족이 안고있는 가장중요한 문제중 하나일뿐더러 가장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하다.
의식은 정신이다. 결코 물리적인 힘으로 규제, 제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뿌리가 깊고 갖가지 형태의 행동과 실천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표출되는 것이기에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의식은 결국 정치, 사회, 경제적 구조가 서는 기반이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한 모든 외형적 가치정립들은 하루아침에 안개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그점에서 제5공화국 정부가 출범당시부터 「의식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온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의식개혁자체는 또 역사적 의미와 현실적 의미속에서 그 당위와 필연의 요구를 수렴하고 잇다.
반만년 역사속에서 한민족이 경험했던 고난과 실패가 어느 의미에서 민족적 정신에 병적 징후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일제식민수탈과 외세에 의한 남북분단과 동족상잔전쟁으로까지 비극화한 현실에서 고황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면 의식개혁의 역사적 인식은 더욱 정당한 것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광복이후 우리가 경험한 부정, 부패, 독재정권의 구조적 모순속에서 찌들고 비뚤어진 민족의 정신적 질병현상을 오늘엔 기어이 깨끗이 제거해야겠다고 하는 현실의 자각도 의식개혁운동의 불가피성을 증언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또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84 IPU총회 등 세계적 행사를 유치하여 나라의 발전과 민족의 기상을 널리 세계에 떨칠 작정으로 있다.
이런 여건들은 바로 의식개혁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그 성패에 의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가 이때에 의식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질곡과 퇴영을 탈피하고 비로소 세계속의 한국으로 도약, 웅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의 민족적 고난과 위축은 좀더 저속하고 말리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5공화국 정부의 「의식개혁」운동은 실로 민족의 명운을 건 중대한 결단이라 할만하다.
건전 사회를 위한 의식개혁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운동자체가 구호에 그친채 유야무야로 끝나고 나면 그것은 실로 정부만이 아니고 국민전체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다.
과연 의식개혁의 어려움은 제5공화국 정부발족 이후의 몇몇 사건들에서도 거듭 확인되었었다.
솔직이 말해 의식개혁 운동자체의 의미를 「무화」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국민들이 절감하게 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좌절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의지이며, 거기서 새로운 용기로 진일보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민족적 사명임에 틀림없다.
27일 정부가 사정회의를 통해 무질서, 부패, 물가오름세 등 3대 부정심리의 추방을 위한 시책과 조처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을 다시 결의한 것은 그 점에서 의미있고 또 고무적이다.
의식개혁은 결코 실패해선 안될 민족적 과업이기 때문에 장애와 좌절이 심각하다고 중도에 포기하고 말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대통령은 특히 3대 부정심리의 추방을 위해 구체적 지침으로 질서의 생활화, 신뢰받는 공직자상의 정립, 건전한 생활자세의 확립등 세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 지침의 정당성은 물론이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결국 국민 개개인의 일이다. 우리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의식개혁」의 필요를 자각하고 그것을 자발적으로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그것은 성공하지 못한다.
추석귀성차표를 판 여의도광장이 쓰레기더미가 되고,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직자가 시민위에 군림하며, 해외여행자유화라고 관광수입의 4배의 달러를 외국에 뿌리는 현실 등은 국민의 의식개혁의지를 다시 한번 촉구하고 있다.
의식개혁운동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자각과 실천을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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