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빠진 허브·과일·꽃 내 몸에 맞는 '블렌딩 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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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티소믈리에인 정승호(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대표)씨가 녹차·로즈힙 등 두세 가지 찻잎을 섞어 감기 예방에 좋은 블렌딩 티를 만들고 있다.

따뜻한 차(茶)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디저트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차를 즐기는 모습에도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기분과 건강상태에 딱 맞는 맛과 향의 차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종류의 차에서 벗어나 두세 가지 차를 섞으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차’를 완성하기도 한다. 바로 ‘블렌딩 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최근 블렌딩 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러 종류의 블렌딩 티를 내놓는 카페가 늘어났고, 차 전문 브랜드는 앞다퉈 새로운 블렌딩 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초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TWG살롱은 각종 블렌딩 티와 이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선보여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됐다. 오설록은 자체 개발한 차인 ‘삼다연’을 사과·바나나 등과 블렌딩해 20~30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설록은 올해에만 서울 강남 4곳, 부산 1곳 등 티하우스 5개 점을 열었다.

커피 대신, 물 대신 건강하게 마시는 차

직접 블렌딩 티를 만드는 이도 많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정승호 대표는 “차 종류 및 특징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전문기관이나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블렌딩 티 관련 수업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블렌딩 티의 가장 큰 장점은 싱글 티(한 가지 종류의 차)로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차를 여러 재료와 섞어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싱글 티는 자기 색, 즉 맛과 향이 강하다. 반면에 블렌딩 티는 맛과 향을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싱글 티에 익숙지 않았던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재료가 지닌 효능을 상승시키는 것도 블렌딩 티의 또 다른 장점. 정 대표는 “허브차를 두세 가지 블렌딩하면 각각의 허브가 지닌 성분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효능이 더 강해진다”며 “수면장애를 겪는 경우 소화·진통·진정 작용이 있는 캐모마일만 마시는 것보다 진정·정신안정 작용이 있는 시계초를 조합해 마시면 진정작용이 더욱 활발해져 수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블렌딩 앞서 재료 성질 꼼꼼히 살펴봐야

블렌딩하는 데 특별한 법칙은 없다. 차로 마시는 모든 재료를 섞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있다. 허브는 재료마다 효능이 다르다. 진정 효과와 흥분 효과처럼 상충하는 성질의 것들이 있다. 그 때문에 같은 효능을 지닌 것끼리 섞는 것이 좋다. 특히 오랫동안 마시는 경우 건강상태나 체질에 따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구입 전 각 재료의 성질을 잘 알아봐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블렌딩 비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을 때는 먼저 각각의 차를 우려내 맛본 후 1:1, 1:3 등 비율을 달리해 섞으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비율을 찾는다. 찾은 비율대로 잎차를 섞어 우려내면 자기만의 블렌딩 티가 완성된다.

 처음 시도할 경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재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땐 가장 일반적인 블렌딩 레시피를 따라 해보는 것을 권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녹차와 페퍼민트, 루이보스와 바닐라, 히비스커스와 로즈힙이다. 이 세 가지는 시판용 블렌딩 티 제품 중에서도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정 대표는 “흔히 마시는 현미녹차(현미와 녹차)부터 얼그레이(홍차와 베르가못), 재스민차(재스민과 녹차)도 두 가지 재료가 섞인 블렌딩 티”라며 “각 재료의 맛과 효능에 대해 조금만 공부하면 자신에게 꼭 맞는 나만의 차를 만들어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신도희 기자 ,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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